김재원 < 한화그룹부사장/경제학박사 >

선거와 국민경제간에는 상관계가 있는가, 없는가.

선거도 경제도 잘 모르면서 선거때가 되면 경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된다.

총선을 눈앞에 둔 지금 어떤 사람은 증권시장 부양정책이 나오지나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는가 하면, 부동산 정책이 좀 흐트러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선거를 많이 치루다 보니 제각기 전문가가 된 모양이다.

피부에 와닿는 물가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선거를 민주정치의 기본 핵으로 본다면, 그리고 정치와 국민경제는 함수
관계에 있다면 선거와 경제도 그 상관관계를 무시할수 없을 것이다.

최근 외국의 경제학자들에 의해서 정치적 신뢰성과 경제발전에 대한 연구
책자가 발표된바 있다.

민주주의는 과연 개발도상국가에서 경제성장의 촉진제인가.

경제의 성장이란 자본과 노동을 투입하여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일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술의 증가도 중요하지만 부족한 자본의
효율적인 사용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본의 투입량, 자본의 효율적 이용, 생산기술의 증가(기술 투자)는
경제 그 자체 보다도 그 나라의 정치.사회환경에 크게 좌우되는 것은 물론
이다.

특히 기술의 증가를 위한 투자자는 장기투자여서 장래에 대한 경제전망이
희망적이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몇년전 세계은행으로부터 정치안정이 경제의 성장발전에 기본토양을 제공
한다는 보고서 발표가 있은 후 이 부문의 연구가 제법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서 경제의 성장, 발전을 이야기한다면 한국경제가
그 모델중의 모델이 될수도 있으련만, 세계적인 석학에 의한 한국경제의
본격적인 분석서가 나오고 있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의 경제성장 패턴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 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던, 최근에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 관한 몇가지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공정한 선거만을 민주주의 발전의 척도로 보고 이것과 경제성장과의
상관관계를 보았으나 안타깝게 별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정치적 안정이 경제성장에 주는 영향을 보기위해서 구테타나 정치혁명의
횟수와 경제성장과의 관계를 보려고 했으나 여기서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즉 구테타나 정치혁명의 빈도가 높았으면서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실현한
예외가 눈에 띄게 많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기업가가 판단하는 정치안정을 한 축으로,
그리고 경제성장 정도를 다른 축으로하여 이 양축이 상관관계를 보니 매우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내놓은 청사진과 백년대계가 아무리 장미빛으로 치장되어
있다고해도 일반국민이나 기업으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한다면 경제성장은
둔화될수 밖에 없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공명선거란 30년전 자유당시대에서와 같이 투개표 과정에서의 부정이
없어졌다고 해서 완성된 것은 아니리라.

선거와 관련된 무수한 법은 있지만 이것이 법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부정선거이다.

다시 말해서 부정의 패턴이 선거관리상의 불공정에서 투표자(유권자)의
무책임과 무딘 의식에 바탕을 둔 후보자의 불법으로 양태가 바뀌어진
셈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어느 그리스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지식층 사람들은 신문을 읽고 2~3일이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맙니다.

신문의 기사나 논평을 깊이 새겨두지를 않지요"

우리는 우리의 언론이 선거는 물론 정부의 정책결정에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으며 그리스의 언론과 같은 운명을 갖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고도의 성장을 지속했으면서도 일반국민의 행복감은 크게 신장되지
않았다면 목적과 수단이 혼동되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은 목적(일반국민의 행복감 증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
이다.

믿기도 싫고 믿어지지도 않는 천문학적 숫자의 정치자금이 조성될수
있었다는 것은 고도성장을 목표로 하는 경제운영의 비효율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자유론자들이 민주주의를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위한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고 믿는 이유는 올바른 민주주의라야 국민 대의에 따르고 원칙을
존중하며 따라서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소위 성공적 고도성장은 한 정권의 장기집권에 의한 일관성있는
정책이 그 밑거름이 되었음직하다.

기업은 일관성있는 경제정책이 유지될때, 다시말해서 경제환경이 예측가능
할때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가 안정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제 15대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각당은 각당대로, 각 후보들은 그들 나름대로 공약을 발표중이다.

그러나 이제 각정당과 후보들은 남발된 공약을 분별할수 있는 수준높은
국민의식을 깊이 깨달아야될 것이다.

대책도 가능성도 없으면서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구태의연한 공약은
철저히 배격되어야 한다.

경제관련 공약은 더욱 그렇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2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