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보옥을 잡아 침대에 눕히고 꾹 누르고 있는 동안, 주서의
아내가 희봉이 쥐고 있는 식칼을 빼앗고 억지로 끌어다가 보옥의
방에다 눕히고는 날뛰지 못하도록 손발을 끈으로 묶어놓았다.

희봉의 시녀 평아와 풍아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희봉 옆에서 엉엉
소리를 내어 울어대었다.

그때 조씨가 달려와 왕부인과 대부인이 대성통곡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음을 토하는 척했다.

"아이구, 아이구, 우리 보옥 도련님 큰일났네"

그러나 속으로는 드디어 마도파의 저주가 효과를 나타내는구나 하고
쾌재를 불렀다.

조씨의 아들 가환은 마도파와 자기 어머니가 술수를 부린 줄은 아직
모르고 이 일이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얼떨떨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평소에 미워하던 보옥이긴 하였지만 저렇게 발광을 하니 무서운
마음부터 들어 고소하다든지 잘 됐다든지 하는 생각은 할 겨를이
없었다.

마침내 보옥도 남자들에 의해 손발이 묶이어 꼼짝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허허, 집안이 하루 아침에 이렇게 난장판이 될 수 있나"

가정은 기가 막힌 얼굴로 뒷짐을 지고 방을 왔다 갔다 하였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빨리 무당을 청하여 굿을 하도록 합시다"

도망을 갔던 가련이 다시 돌아와 자기 아내 희봉이 입에 거품을 물고
몸을 뒤트는 것을 내려다 보며 당황스런 어조로 말했다.

"이런 일에는 무당보다는 옥황각에 있는 장진인이 훨씬 나을 겁니다.

장진인에게 신묘한 영험이 있다는 소문이 온 장안에 가득합니다"
녕국부에서 달려온 가용이 조심스럽게 장진인을 추천하였다.

"영험 있는 중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것들보다 의원을 불러 침이나 약으로 치료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였다.

일단 부르기 쉬운 의원을 불러 보옥과 희봉을 보여주었으나 의원은
몇가지 처치를 해보고는 효험이 없자 머리를 저으며 돌아갔다.

보옥과 희봉은 워낙 힘을 써서 그런지 저녁 무렵이 되자 차츰
기진맥진해져 사지를 늘어뜨린 채 헛소리만 주절대고 있었다.

"이 둘을 내 방으로 옮기도록 해라"

겨우 정신을 차린 왕부인이 하인과 시녀들에게 지시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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