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롬타이틀 산업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질서한 유통체계의 재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CD롬타이틀 유통시장은 <>제조업체들의 무분별한 제품 퍼내기 경쟁
<>용산유통업체들의 변화적응 실패 <>불법복제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저가
선호경향등 악재 3박자가 맞물려 사상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유통시장이 위기에 처한 것은 먼저 개발능력이 부족한 업체가
무분별하게 제품을 출시하고 하드웨어에 묶어 공급해야할 번들제품을
버젓이 유통시키면서 비롯됐다.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제품을 개발해온 업체들도 판매부진을 겪게되면서
투자비용이하의 덤핑가격으로 공급하거나 덩달아 번들제품을 유통시켜
자승자박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외국 CD롬타이틀업체와 독점 판매계약을 맺고있는 국내기업들중 상당수는
번들제품이 따로 수입돼 단품으로 팔리는 바람에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갖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CD롬타이틀을 만드는 업체가 일부 유통사에 실제 유통가의
4분의1 ~ 5분의1수준인 번들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가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번들제품의 유통은 판매점에 따라 가격차가 커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에따라 유통가격도 5,000원에서 5만원에 이르는등 가격차가 심하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올해초 서울등 5대도시 주요 상가점포 18개업체
및 통신판매 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전문점 및
일반 컴퓨터판매점이나 홈쇼핑등 유통경로에 따라 가격편차가 평균 61.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스스로도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유통시장 악화에 일조
했다는 지적이다.

95년 상반기까지 용산상가로 단일화돼 있던 CD롬타이틀의 유통경로가 95년
하반기를 넘어서면서 경기부진과 세진컴퓨터랜드등의 신장으로 다양화되면서
용산시장에 대한 고객의존도가 낮아지게 됐다.

용산상가는 이런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종전처럼 갖다 놓으면 팔릴 것으로
보고 기존 구매방법을 그대로 쓰는 바람에 재고부담을 안게 됐다.

4~5단계의 다단계 유통도 동일한 CD롬타이틀의 가격차를 크게해 소비자들의
불신을 삼으로써 CD롬타이틀 시장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유통가가 포장에 표시된 권장소비자 가격에 비해 평균 15~40%정도
할인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포장에 CD롬타이틀의 사용환경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등 사용상 불편한
제품이 많고 과대포장된 제품이 많은 것도 고쳐야할 관행으로 꼽히고 있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도 문제지만 특히 플로피디스크 시절에 불법복제품에
맛들인 소비자들이 싼 복제품을 사려 하면서 유통시장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번들제품의 유통으로 CD롬타이틀도 값싸게 구입할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양질의 정품을 사려는 고객은
줄어들게 됐다.

이때문에 정품의 판로가 보장되지 않고 있고 이같은 상황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려는 업체가 나오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값이 비싸다는 인식때문에 큰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푸른하늘을 여는 사람들의 "색깔을 갖고 싶어요"가 그 대표적인 사례.

대부분의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국산으로서는 오랜만에 보는 외제에 손색
없는 제품이라고 하면서도 잘 팔리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가격이 5만5,000원수준으로 개발에 들어간 비용에 비하면 비싼게 아니지만
소비자들은 이정도도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CD롬타이틀 제작업체인 솔다의 김정한사장은 "개발업체들이 주먹구구식이
아닌 철저한 기획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처음 가격을 유지해 나가면서
번들이나 덤핑제품 판매를 지양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쌓는 것이 유통질서
를 바로잡는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형자본을 앞세운 외국 유통업체가 속속 국내에 상륙하고 있는 시점에서
CD롬타이틀 유통체계의 재편은 국내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제조업체
유통업체및 소비자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