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의 경매는 2,500여년전 바빌로니아에서 행해졌다.

각 마을에서는 해마다 혼기가 찬 처녀들을 모아 놓고 그 주위에
남자들이 둘러선 뒤 한 사람의 경매인이 처녀 한명씩을 일으켜 세워
경매에 부쳤다는 것이다.

그뒤 혼인방법은 크게 달라졌지만 경매방식은 농수산물 상품 증권
예술품 등의 거래에 도입되어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경매소에서
최고가격을 부르는 사람에게 물건이 돌아가는 판매방식을 계승하고
있다.

표준가격이 없는 물건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더 나은 방법, 보다 빠르고
간편한 물건의 판매방법을 아직까지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미술품의 거래에서는 경매만큼 그 가치를 결정하는데 더 좋은
제도는 없다.

미술품은 농수산물이나 다른 상품처럼 량산을 할수 없는 희소성과
예술성이 그 가치 재량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미술품시장에 언제부터 경매제도가 도입되었는지 정확히 알수는 없다.

그러나 16세기말엽 유럽에서 군주 고위성직자 재상 금융가 등의
미술품 수집열이 고조되면서 국제적 규모의 미술품시장이 발달하기
시작한 이후로 소규모의 경매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술품시장에 경매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세기
말엽이다.

현재 세계최대의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가 출범한 것은 1744년
이었으나 처음에는 희귀본 문학서적들을 경매하다가 1882년에 이르러서야
미술품을 경매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본다면 미술품 경매가 기업화된 것은 1세기가 조금 넘었을
뿐이다.

한국에서 미술품 경매시장이 열린 것은 일제기인 1930년대 경성미술
구락부회관에서 였다.

해방 이후에는 71년에 이르러서야 고미술상중앙회가 그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뒤 여러 개인화랑과 미술관, 화랑협회의 경매가 이어졌으나 그 성과는
기대를 밑돌았다.

더구나 소더비가 90년 서울에 지점을 개설했지만 프리뷰(예고전)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내년의 미술품시장 개방을 앞두고 한국에서도 미술품경매기업이
탄생했다는 소식이다.

한국 미술품 경매주식회사다.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외국의 경매회사와 화상들이 대거
진출할 것이라는 점이 확실한 마당이고 보면 자구책 마련이라는 면에서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다만 경매의 활성화풍토 조성, 운영의 노하우, 공신력 확보 등 난제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문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