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한 노교수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각계에서 활동하는 전문직 여성으로 구성된 운현 로타리클럽을 창립한다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창립 멤버가 되었고 총무라는 직책까지 맡았으니 그
모임을 끌고 가게된 셈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인 모임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로타리클럽의 장점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어느 분야에나 활동하는 여성비율이 낮기 때문에 그
나름의 소외의식을 가질수밖에 없다.

실제로 늘 남성들과 경재 또는 유대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여성을 만나기
위해 이모임에 참여했다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이 모임은 서로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고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연대감을 조성하는데 기여한다.

실제로 네트워킹은 인맥으로 일의 성패가 좌우되는 우리 사회에서 여서
전문직업인들의 중요한 과제이다.

여성이 여성을 지원하고 더 많은 남성들이 여성을 지원하도록 하자는 것이
운현 로타리클럽의 목표중 하나이다.

친목과 봉사가 로타리클럽의 정신인데 봉사 역시 소외 계층의 여성을 위한
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아직 연구 단계에 있지만 자기 만족적인 봉사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나눔을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박영혜씨(숙대교수)가 회장을 맡고있고 회원은 강화자씨(연대교수) 손숙씨
(연극배우) 유재리씨(태광엔지니어링부회장) 이숙자씨(경희대 외국어대
학장) 김상경씨(국제금융연수원장)등 70여명에 이른다.

이 바쁜 세상에 매주 모임을 갖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긴 하지만 자주
만나니 빨리 가까워지고 매주 훌륭한 연사를 모셔 다양한 분야의 유익한
강연을 듣게 되니 바쁜 일상속에서 오히려 풍요로움을 느끼게 된다.

교회에 다니는 분들이 일요일마다 삶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되듯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며 서로가 자극을 받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서로를 서로에게 알리는 방안으로 5분 스피치 순서를 마련했는데 이
시간에는 회우들이 번갈아가며 자신이 하은일 가치관 성격 가정환경 등을
이야기한다.

모두들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분들이라 배울 점이 많고 다른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어 퍽 유익하다.

나로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친구를 몇몇 갖게된 것이 이 모임으로 인한
소득이다.

첫눈에 서로를 "함께 지내볼 만한 사람"으로 알아본 사이이긴 하지만
놀랄만큼 빨리 친숙해졌다.

이 향기나는 친국들과 함께 무엇을 하며 즐겁게 살까.

갖 시작한 모임이니만큼 자유롭게 미래를 설계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