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파의 말을 들은 대부인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잡귀들을 막아낼 방도가 없는가?"

마도파는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경문에 보면 대광명보조보살이라는 부처님이 있는데, 그 부처님께
공양을 잘 드려 공덕을 쌓으면 그 부처님께서 잡귀들을 물리쳐 자손
대대로 복을 받게 하시며 수명도 길게 해주신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어떻게 공양을 드리면 되는가?"

"향과 초를 부처님께 드리고 날마다 몇 근씩의 기름으로 큰 등을
켜놓으면 됩니다.

그 등은 부처님이 법상으로 현신하신 것과 같으므로 밤낮으로 켜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밤낮으로 켜놓으려면 하루에 얼마의 기름이 들겠는가?"

대부인은 마도파가 터무니없이 많은 양의 기름을 요구하면 어쩌나 하고
염려하는 눈치였다.

"집안 식구 전체를 위해서 공양하려면 기름이 많이 들겠지만, 지금은
보옥 도련님만 위해서 공양하려는 것이므로 다섯 근에서 일곱 근 정도
하시면 되겠지요"

"다섯 근으로 하지. 한 달이면 백사십 근 가량 되겠구먼. 달마다 와서
받아가는 것이 좋겠지?"

"네, 그렇게 하지요. 나무아미타불"

마도파는 희색이 만면하였다.

달마다 와서 받아갈 그 백사십 근의 기름은 거의 다 마도파의 차지가
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등을 작게 만들어 영국부 사람들이 절간에 올 적에만 켜놓으면 기름이
그렇게 들어갈 리가 없었다.

마도파는 대부인 곁을 물러나 가환의 어머니인 조씨가 기거하는
방으로 가서 인사를 올렸다.

마도파가 보니 조씨는 울화와 근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앉아 있었다.

"아니,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마도파가 슬쩍 조씨의 마음을 떠보았다.

"글쎄, 가환이라는 녀석이 또 일을 저질렀지 뭡니까.

그것도 촛대를 넘으뜨려 보옥의 얼굴에 화상을 입혔으니"

"아, 보옥 도련 얼굴이 그렇게 된 것이 가환이 때문이었군요.

잡귀가 가환을 통해서 장난을 좀 쳤을 뿐인데 그걸 가지고 그리 걱정을
합니까?

내가 기도를 했으니 곧 나을 겁니다"

"그 일로 내가 얼마나 왕부인으로부터 모욕을 받았는지 압니까?

그런데 더 얄미운 것은 왕부인을 부추긴 희봉이라는 년입니다"

조씨는 목소리를 낮추며 문발을 젖혀 밖에 엿듣는 사람이 없나
둘러보고는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마도파는 또 건수가 하나 생겼다는 듯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감돌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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