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4분기부터 수축국면을 지속해오던 국내 경기가 1월중에는 수치상
확장양상을 보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중 산업생산은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만에 전년동월비
증가를 기록했고 국내 기계수주, 건축허가면적, 국내 건설수주등 투자관련
지표들도 호조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경기수준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와 3~5개월후의 경기를 예고
하는 선행지수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반면 1월중 전국의 어음 부도율은 0.21%로 이철희-장영자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 82년5월 이후 13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성건설의 부도 영향이 겹친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1월중에 부도업체
수가 1,000개를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특히 걱정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이같은 1월중 산업동향및 부도율추이를 놓고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해석이 분분한 것 같다.

경기진단은 항상 논란을 수반하게 마련이지만 확장국면에서 수축국면으로
바뀌는 전환기에는 더욱 그런 양상이 두드러지게 마련이다.

전보다 못해졌다는 체감(체감)이 상황을 실제보다 더 나쁘게 보도록
부채질하는 측면이 강한데다, 1월중 통계에서 보듯 각 지표들의 움직임도
상반되는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가 경기전환기에는 더욱 잦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월중 산업동향등 각종 지표들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급격한 경기하강 우려는 그렇게 크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산업생산과 마찬가지로 5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인 출하, 신용장
내도, 기계수주, 건축허가 등의 증가는 최소한 수직적인 경기급강하 국면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도 경기연착륙에 보탬이 되는 요인이다.

소득이 줄더라도 곧바로 줄일수 없는 소비의 속성이 경기하강 국면에는
일종의 안전판구실을 하게 마련인데, 계절적요인을 제거한 기준으로 도소매
판매액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해전 같은달 수준을 계속 밑돌아온 경공업생산및 출하가 1월중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경기양극화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가 풀리기 시작했다고 속단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내수용 소비재 출하증가와 겹쳐 중소기업 업종이 다소나마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월중 산업생산동향에 나타난 "좋지 않은 신호"들도 물론 많다.

재고증가율이 계속 두자리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건설수주가
늘어났으나 이는 도로교량 전력시설등 공공부문 공사발주에 주로 힘입은
것이고, 제조업공장건설은 오히려 감소세를 기록했다는 점등이 그것이다.

높은 부도율과 함께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요인들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실업률(계절조정후로 따져 1.9%)이 안정적이고 취업자수도 늘고
있어 급격히 경기가 위축되고 있지는 않다고 볼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