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스키부와 인연을 맺은 지도 10년이 되어간다.

운동을 좋아하고 스키장에 몇번 가보았다는 이유만으로 떠밀리듯이
회장직을 맡았다.

그렇게 해서 억지로 끌려다니며 배운 스키가 이제는 겨울이 오기를,
주말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스키광이 되었다.

아직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새벽 다섯시.

입김을 길게 내뿜으며 긴 스키를 둘러멘 스키부원들이 하나 둘 계동
현대자동차 본사앞으로 모여든다.

소풍을 가는 국민학생처럼 들뜬 마음에 잠을 설친 피곤함도 아랑곳 없이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운다.

4만5천명의 큰 식구를 가진 현대자동차, 서울지역에만 거의 1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여러분야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사귀고 격의없이 이야기해볼 기회도 있어
이런 동호회가 더욱 좋다.

스키에 미친 2백명, 사내에서는 스키부의 인기가 높아 회원수를 2백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시즌에 예닐곱번, 매번 버스 3대에 가득차는 1백50명 가량이 훈련에
참가한다.

그리고 시즌이 끝날 무렵에 사장배 스키대회를 가짐으로써 그동안 얼마나
실력이 향상되었나를 측정해보고 진짜 선수가 된 것처럼 기문을 통과하여
결승점에 골인하는 스릴도 느낀다.

스키장에 닿을 무렵 버스안의 단잠에서 깨어 슬로프를 바라본다.

스키를 신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시간까지 점심도 거른채 계속 슬로프를
오른다.

"늦게 배운 도둑질 밤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넘어지고
구르면서도 눈을 지치며 내려온다.

리프트를 타고 정상에 올라 슬로프를 바라볼때의 설렘, 눈발을 날리며
스피드를 느낄 때의 짜릿함, 넘어져 눈밭에 내동댕이쳐졌을 때의 그 후련함.

이 모든 것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드넓은 자연에서 좋아하는 스키를 즐기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여기에
사랑하는 직원들과 함께할수 있다는 것이 더욱 나를 즐겁게 한다.

지금 나는 스키부 회장직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매번 훈련을 준비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안용모 부장, 이준하 과장, 권순재
대리, 그리고 김연길 황정훈씨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4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