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란 대부분 또는 일반적인 경우에 적용되는 법칙을 말하고 변칙이란
이것에서 벗어난 법칙을 말한다.

원칙과 변칙은 절대적인 구분이 아니라 상대적 구분이기 때문에 원칙은
통상적으로 그 집단의 대다수 구성원이 수용하는 사고체계와 행동양태로서
현재 시점으로 볼때 구성원들을 구속할수 있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반해 변칙은 현실적으로 발생빈도나 지속성, 그리고 영향력면에서
원칙을 능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없는 법칙이 없듯이 조직의 실질적인 운용면에서는 그때 그때의
처한 상황에 따라 기존의 원칙을 고수하거나 아니면 임기응변의 변칙으로
대처해 나가기도 한다.

다만 원칙은 예측성 반복성 합리성 집단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조직의
효율성을 평균기대치 정도는 보장해주는데 그치고 변칙이란 예외적 한시적
국지적 또는 은밀함이란 특성으로 인하여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요즈음 유행되는 파괴(타파)다, 가상이다, 복합이다, 디지털이다 하는
개념들은 그러한 변칙의 대표주자로서 몇세기 동안 철벽같은 원칙들의
아성을 위협해 가고 있다.

바야흐로 원칙이 변칙이 되고 변칙이 원칙이 되는 혼란스런 자리바꿈이
일어나고 있는것 같다.

왜냐하면 이러한 개념들은 보통의 변칙들에서 나타나는 특성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위력으로 전파되고 추종세력을 규합해 나가기 때문에 미래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군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러한 규칙파괴나 상식탈피의 변칙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원칙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이다.

부모없이 태어난 자식이 없듯이 원칙없는 변칙도 없다.

따라서 원칙을 철저히 해부해 보고 그것으로부터 객관적 시각을 가질때
변칙다운 변칙을 구사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일시적 도피나 한낱 광기에 불과할 것이다.

변칙이 원칙을 뒤집기는 쉽지 않지만 청출어람이라 했듯이 혁명적인 변칙은
원칙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인류사적으로도 그러한 변칙의 탄생시기마다 문명은 한단계씩 발전되어
왔다.

무질서속에 질서를 추구하는 혼돈의 시대에 유연함이 능히 딱딱함을 이길수
있는 변칙을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