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 LG경제연 책임연구원 >

환경오염 또는 혐오성 시설이 자기지역에 설치되는 것을 반대하는,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이 만연되고 있다.

전국의 곳곳에서 님비성 지역이기주의가 충돌하면서 자치단체간에 갈등이
노골화되고 있으며 중장기 국책사업들도 잇따라 자실을 잊고 있다.

지난해 여름 군포시가 쓰레기 소각장 건설문제로 홍역을 치른데 이어
최근에는 영광군이 원자력발전소 건설허가를 취소하는 등 님비현상은 이제
심각한 정도에 이르고 있다.

특히 쓰레기 소각장이나 매립장 건설의 경우 예산을확보해 놓고도 주민들의
빈말로 아직까지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허다한 실정이다.

님비현상의 영역도 최근 들어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다.

쓰레기 처리시설을 비롯해 액화천연가스 저장소, 지역난방공사의 열병합
발전소 등 환경 위해시설은 물론 정신병원이나 장애자 복지시설 같은 혐오
시설, 심지어 공단건설 문제를 놓고도 지역이기주의는 충돌하고 있다.

이처럼 님비현상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시대 개막이후
강화된 지방주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자치행정에 직접반영되기 때문에 지방자치의
이면에는 언제든지 님비현상이 불거질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행정이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를 통에 업고 공공의 책임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정치적인 부담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선을 바라는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선거에서 지역주민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수 없기 때문에 자기 임기중에 지역주민들의 불만을 살만한 일은
가급적이면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민선 자치단체장 등장 이후 님비현상이 확산되면서 행정의
안정성과 신뢰성, 정책의 일관성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민선 자체단체장 등장 이후 그 동안 기업의 참여하에 추진해오던
사업을 재검토 또는 보류하거나 아예 백지화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어
기업활동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석유화학, 에너지, 3D업종 등 님비성 지방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기업들은 지방투자가 님비라는 난관에 봉착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을수
없게 됐다.

이러한 님비성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지방자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고통을 분담하고 대를 위해소를 희생할 줄 아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시민의식이 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어느 한 지역의 희생을 보상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보상체계와
지역주민의 직간접적인 참여기회를 넓히는 상화 의사선달체제, 지역간
조정제도 등이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이기주의가 심각하게 발현되는 이면을 들여다보면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 동안 정부가 수많은 국책사업을 시행할 때 수혜자와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서로 다르고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일방적인 손실을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보상을 전제로 한 경매방식의 도입 등 시장 매커니즘을 활용하는 것도
님비극복의 한 예가 될수 있을 것이다.

시장원리가 작용하기 어려운 경우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바든 지역이
충분한 보조금과 상려금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무소신, 안일주의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공공적
책임을 지고 있는 행정기관으로서 당당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주민들을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 중랑구가 주민의식 조사에서 쓰레기 소각장 건설에 83.7%의 찬성
이라는 높은 공감대를 얻어낸 것은 님비해법의 좋은 예라고 할수 있다.

지역간, 중앙.지방간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국가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지방자치제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님비
해결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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