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양동소재 삼성문화인쇄의 조영승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일본업체로
부터의 고급캘린더 오더를 상당수 사양했다.

단가가 괜찮은 주문이지만 사람구하기가 힘들어 도저히 납기를 맞출수
없다고 판단, 정중히 거절한 것이다.

국내 컬러인쇄중 최고급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인력이 10%가량 부족하다.

이미 3분의1이상의 고급인쇄기를 놀리고 있는 형편인데도 여전히 인력부족
의 몸살을 앓고 있다.

조사장은 전문구인잡지에 3개월이상 줄기차게 광고를 해도 사람을 구할수
없자 60대의 할머니들을 모셔다 가까스로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 구로동에서 환경관련 기계를 만드는 유성엔지니어링의 정북천사장은
시화공단으로의 이전을 포기했다.
이 지역에 1천평규모의 땅을 사놓고 번듯한 내집마련의 꿈을 키워 왔으나
시화공단의 인력난이 워낙 심하다는 얘기를 듣고 공장건립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수도권지역의 아파트형공장을 알아보고 있다.

실제 시화에 입주한 업체들은 인력난이 타지역보다 더 극심하다.

공장은 속속 들어서는데 배후시설이 빈약, 사람을 구할수가 없다.

통근버스를 운영하고 임금을 타지역보다 10~20% 더주며 안양 수원 부천
서울에서 사람을 데려오고 있는데도 입주업체는 평균 20~30%의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 인력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력도입 병역특례등 갖가지 처방이 마련되고 있는데도 갈증은 풀리지
않고 있다.

기협이 작년말 7만6천9백4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부족인력은 19만5천4백명으로 부족률은 9.6%에 이른다.

특히 종업원 50인이하의 소기업 인력부족률은 11.8%로 중기업의 6.4%보다
훨씬 높았다.

이같은 인력난을 반영, 구로공단을 비롯 반월 시화 남동공단등 각공단의
공장담벼락엔 선반공 <><>명 모집, 밀링공 <><>명모집등의 내용을 담은
벽보나 플래카드가 항상 걸려있으며 공단본부 인력은행이나 기협인력알선
센터엔 사람을 구하려는 기업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노동부조사에 따르면 구인배율(구인자수를 구직자수로 나눈수치)은 지난해
2.45배로 4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연도별로는 91년 2.75배에서 92년 2.02배 93년 1.84배로 낮아지다가 94년
2.23배에 이어 더욱 높아졌다.

정부는 인력난의 심각성을 인식, 외국인산업연수생을 지난해까지 5만명
도입했고 올해 2만명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 병역특례자 3만8천6백50명을 올해 중소업체에 할당했다.

이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 중소업체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은
경기가 호황인 대기업이나 일이 편한 서비스업등으로의 인력유출이 심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협중앙회 한기윤경제조사부장은 "대기업은 고임금과 우수한 복리후생조건
등으로 중소기업의 인력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급속한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열처리의 이희영사장은 "외국연수를 시킨 고급인력의 상당수를 대기업
이 데려가고 있어 중소열처리업체들이 인력양성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대기업의 스카우트를 방지할수 있는 강력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
했다.

중소업계는 이제 인력문제는 중소업계의 사활을 좌우할 절박한 문제라며
재경원 노동부 통산부 교육부등 관련부처가 공동으로 종합대책마련에 나서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 방안으로 여성인력및 고령자활용방안강구, 대기업 잉여인력의 중소기업
공급, 실업계중심의 교육제도개편등을 들고 있다.

특히 여성인력의 활용을 촉진할 보육시설확충과 파트타임제근무활성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희대 김수곤교수는 "25~34세의 여성인력층은 사회활동에 참가하려는
의욕이 높아 육아 보육시설만 제공해 주면 당장 25만명의 노동인력을
창출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노령인력활용을 촉진하기 위해선 단순히 기업에 정년연장만을 강요할게
아니라 고령자의 임금을 낮추는 방안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국로프라스틱조합이사장은 "여성이나 고령인력의 활용을 촉진하려면
홍콩이나 대만과 같이 대도시주변에 아파트형 공장을 많이 지어 주거밀착형
생산기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 인력난이 관리직보다는 생산.기술직에 집중되고 있다며
실업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대폭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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