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문에 대한 각종 규제는 무엇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이 해묵은 과제가 이 싯점에서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금융
부문의 규제 완화가 다른 어떤 부문보다도 더 지지부진한데다 그 실천 방법
을 놓고 정부 내에서도 시각차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재정경제원은 행쇄위가 제시한 금융부문 규제완화 과제
26개중 거의 대부분에 대해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등의 이유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완화는 "관치금융"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시대적
인 요청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융기관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 경쟁과 시장 논리에 따라 금융자금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 시각에서 볼때 우리는 우선 현행 은행장 선임제도부터 바뀌어져야
한다고 본다.

전임은행장 3인, 고객대표 2인, 주주대표 4인등 9명으로 구성된 은행장
추천위가 후보자를 선정, 이사회를 거쳐 주주총회에 올리도록 돼있는 현재의
은행장 선임제도는 문제가 있다.

은행장, 곧 대표이사의 선임은 고유의 주주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주식 소유상한이 4%로 제한돼 있어 지배주주가 있을수 없는 시중은행은
또 그렇다 치더라도,신한 한미 지방은행등 소유 주체가 명확한 은행에서
마저 은행장추천위원회 제도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현행 은행장 선임제도는 <>추천위원을 이사회에서 뽑는다는 점 <>은행장
후보자가 자격기준에 부적합할 경우 은행감독원장이 재선정을 요구할수
있다는 점 등에서 당국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 주총때마다 투서가 난무하는등 물의가 빚어지는 것도
현행 은행장선임 제도상의 허점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명목상 제도는 달라졌지만 인사권이 여전히 감독당국의 영향권아래 있기
때문에 대주주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일반 대기업과는 달리 은행주총은
해마다 시끄럽다는 분석이다.

은행장이 거의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은행 임원선임도 은행장
선임제도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지방은행등 소유 주체가 명확한 은행의 행장과 임원선임은 그 은행 주주들
에게 맡겨야 한다.

또 시중은행들의 경우는 일정비율 이상의 주주전원을 참여시키는 등으로
은행장 추천위원수를 50명 안팎으로 대폭 확대, 정부 입김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지방은행 등의 대주주가 30대 계열기업에 속하는 산업자본가이기 때문에
은행장 선임을 그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재경원의 주장이 꼭 설득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대주주 소유기업에 대한 여신규제등 기존 장치만으로도 은행의 사금고화는
막을 수 있다고 본다.

통화채 인수의무, 구속성예금 규제등 각종 자금운용과 관련된 규제는
인사의 자율성만 보장되면 쉽게 진전을 볼 수 있는 사안들이다.

금융산업에 대한 진입규제는 금융기관 파산에 따른 예금자 보호장치가
완비될 때까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