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국내법의 근본 공통점은 상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서기 512년(신라 지증왕13년)부터 한반도 귀속으로 명기돼 온 독도를
대러시아전 승리 직후 자기 땅이라 통보했으니 지금도 당연 그들의 영토라
심심하면 우기는 일본을 이웃으로 둔 사실 하나로 한국은 불행하다.

통보를 했다는 1905년은 구한국이 조약형식으로 외교권을 일본에 탈취당한
해였으니 그 통보의 부당성을 항변할 여지가 없었음은 세상이 안다.

나아가 45년 무조건항복으로 일본은 전쟁으로 획득한 모든 외국령을 반환,
그후 독도의 한국 점유는 무려 반세기가 된다.

이런 분명한 이치를 모두 거스르는 일본의 억지는 전과자와 다를게 없다.

한 강도가 어느날 밤 가택에 침입, 가족을 협박해 방한칸을 강점하다 잡혀
몇년 형을 살고 나온후 불쑥 내 소유라고 우긴다 하자.

그와 무엇이 다른가.

그가 그런 억지를 써야 동네가 시끄러워서라도 뭔가 생길 실속이 있듯,
경제수역 선포상의 이점을 노리는 저들의 속셈은 이쪽이 알고, 그들 자신이
알며, 또한 세상이 아는 일 아닌가.

설사 강도가 몽매하고 가난한 걸인배라 해도 경우에 어긋나기론
매한가지다.

한술 더떠 그가 세상이 알아주는 갑부일 경우, 과연 그의 어거지를 어떻게
해석함이 좋은가.

99섬 가지고 옆집 1섬마저 빼앗아 100섬을 채우려는 수전노요, 토색질이란
혐의를 피할 수 있나.

삼척동자라도 훤히 꿰뚫을 이런 이치를 일본이 모른 체 생떼를 쓰는 것은
이 문제를 국가간 영토분쟁으로 부각시켜 법상 협상의 이익을 노리는 예의
노회성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억지를 당할만큼 이쪽이 허를 보여온 것은 아닌지 자신이
있을까.

6세기로 소급하는 영토권을 입증할 자료에서, 1905년 일본의 독도점유
통보에 이의를 제기할수 없었던 당시의 현실과 그밖에 독도 관련 모든 법적
자료를 국제 법조계엔 물론 해양-수산-대륙붕등 제분야 관련기구에 조직적
으로 알리고 설득하는 작업을 좀더 착실히 추진했어야 옳다.

물론 주둔 경비의 강화, 부두시설 착공등 꾸준히 진행돼 온 조치를 보도를
통해 생생히 보며 마음 든든해 했다.

나아가 강경대응을 모색중인 정부가 오는 16일의 일측 선포에 맞서
독도기선 200해리 경제수역을 선제 선포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정부 국민, 선거에 바쁜 한국의 정계가 온통 일규탄에 나섰다.

일측 당국자는 대응에 조심성을 엿보이면서도 경제수역에 후퇴기미는 없다.

연정을 새로 맡은 하시모토에겐 오자와 신진당 당수와 보수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야만 총선에서 이긴다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4년여 앞에 온 21세기에 세계 중심부가 될 아시아, 그 속에서 리더
역을 분담해야 할 운명의 한-일 양국은 지도층이나 국민들이나 간에 과거의
감정을 이성으로 대체해야 상호이익이 온다.

쌍방 모두 언어와 행동의 선택에 최대한 이성을 발휘, 일파만파가 될지도
모를 순간적 실수는 자제해야 한다.

군중 심리란 전혀 뜻하지 않게 브레이크가 안 들을 때가 많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