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촉의 하나였던 조선, 그 등촉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노벨 문학상 수상자 시성 타고르가 일제 억압속에서 암울한 시대를 보내던
우리 국민들에게 보낸 헌시의 한 귀절이다.

이 시구는 당시 우리 국민에게 큰 희망을 주었음은 물론 우리 민족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자주 암송되었던 사랑받는 시였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타고르가 예언한대로 등촉을
다시켜고 세계의 빛이 되려 하고 있다.

타고르의 조국 인도 역시 91년6월 나라시마 라오 총리의 취임 이후 빈곤과
질병, 정치-종교분쟁과 카스트제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저개발국
으로서의 인식과 폐쇄적 계획경제의 벽을 허물고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적
으로 추진하면서 중국과 더불어 21세기의 거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기에 김영삼 대통령이 2월 하순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인도를 방문하게 된 것은 양국간 경제협력 증대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는 양적인 측면에서 거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원유와 석탄은 물론 철광석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세계 일곱번째의
넓은 국토, 9억에 달하는 세계 두번째 인구 규모가 그러하다.

94년 현재 1인당 GDP는 3백74달러로 매우 낮은 편이지만 세계은행에서
구매력 기준으로 환산한 바에 따르면 1천5백달러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4천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상류층과 2억5천만명에 달하는
중산층이 인도 시장의 구매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60년대에 이미 제트기를 생산했고 핵무기와 인공위성을 개발할 만큼
산업기반이 갖추어져 있으며 세계 정상급의 소프트웨어산업과 우수한 과학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자본과 생산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최적의 투자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최대 투자국인 미국은 93년 이후 2년간에 걸쳐 22억달러를 투자하여 91년
까지의 투자누계 2억달러의 10배 이상에 달하였고 지난해에는 브라운
상무장관이 이끄는 대규모 투자사절단이 방문하여 전력, 원유및 화학분야
등에서 약7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상담을 벌여 화제가 되었다.

일본 기업들도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인도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홍콩이 중국대륙을 배후로 성장한 것처럼 인도를 도약의 기지로
삼는다는 전략하에 인도에 기술공원 조성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91년 인도 뭄바이에 진출한 영국의 부동산회사 자딘 플레밍사의
경우 투자 첫해에는 어느 한 낡은 건물의 지하에 사무실을 내고 하루중
반나절 이상을 쥐를 피하는데 낭비하였으나 4년이 지난 지금에는 뭄바이
중심가에 현대식 5층건물을 마련한 사실은 인도가 얼마나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미래 학자들은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 미국과 독일을 포함하여 중국 일본
한국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을 거론함으로써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중국과 인도시장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무역대국으로 군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김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무한경쟁시대의 세일즈 외교에
국가원수가 직접 참여하여 중국-동남아-인도를 연결하는 진출기반을 구축
하는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이들 국가중 중국과 동남아와는 이미 수차례의 정상외교와 기업의
진출을 통해 경제협력이 성숙단계에 이르고 있어 이번 한-인도 정상회담은
우리의 남방 경제외교의 손질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기업인들의 이번 인도방문은 91년이후 선진국들의 투자러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는 인도시장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기 위해 석유화학, 전자및 자동차등 수십억달러의 투자상담을
벌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양국간에는 투자보호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분쟁의
가능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25% 내수판매 제한
등이 투자의 장애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평균관세율이 33%에 달하고 있을 뿐아니라 각종
비관세장벽으로 소비재의 대인도 수출은 지난해 1.3% 증가에 그치는등
양국간 지속적인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과제들이 이번 방문을 계기로
순조롭게 해결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변화와 개혁을 통해 다져진 우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통의상 사리를
벗어던지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있다는 외지의 표현처럼 세계의 마지막
유망시장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인도시장과 진정한 경협관계를 확고히
함으로써 21세기 아-태 시대의 주역으로서 타고르가 표현한 동방의 등촉을
환하게 밝혀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