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서핑은 자연과 함께 하는 스포츠이다.

물 위에서 바람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여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바람에 몸을 맡겨 자연과 하나가 돼야 한다.

필자가 윈드서핑을 시작한 것은 3년전이다.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스포츠를 찾던 차에 군대 동기생인
김정헌씨가 윈드서핑을 권유하는 통에 다른 동기생인 황익남 (주)재원사장,
송덕근 한전비상계획실장과 함께 강풍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김달수클럽장의 실력이 뛰어나고 우수한 강사가 있는 강풍클럽이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곳을 선택했다.

윈드서핑을 배우기 위해서는 2~3주간의 기초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을 마치고 폭 1km 정도의 한강을 도강하는 시험에 통과하면
기초반을 졸업하는 셈이다.

그 이후에는 개인장비를 마련하고 클럽에 등록하면 본격적으로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주로 주말을 이용, 윈드서핑을 한다.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거의 한강으로 나갈 수 없고 주말밖에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서핑을 할 수 있는 기간인 3월에서 11월 사이의 주말에는 윈드서핑을
하느라 다른 일을 할 틈이 없다.

그만큼 우리는 윈드서핑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여름에는 한달에 한번쯤 아산만으로 간다.

아산만에는 폭 1km, 길이 2km 남짓한 한강에서 맛볼 수 없는 탁 트인
바다만이 줄 수 있는 쾌감이 있다.

빠른 바다바람을 받고 대해를 향해 출항하는 듯한 기분은 윈드서핑을
타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서핑을 끝내고 장비를 챙겨놓고 샤워를 한 후에 클럽사무실이나 인근
잔디밭에서 동료들과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술잔을 기울일 때는 1주일의
피로가 사라지고 다시 다음주를 시작할 힘이 생긴다.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낸 친구들과 새롭게 취미생활을 하면서 만난 클럽
식구들과 지나온 얘기를 나누다 보면 온 마음에 즐거움이 넘실댄다.

또 클럽의 젊은 동호인들과 어깨를 걸고 마음을 함께 하면 필자도
덩달아 그들만큼 젊어진 것 같아서 다시 한번 청춘기를 맞는 듯한
기분이다.

올해로 필자는 쉰여섯살이 됐다.

젊은이들이나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윈드서핑을 지금 이렇게 해보니
그때의 선택이 정말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