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업무를 위해 한 빌딩을 방문했다.

그 빌딩의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표를 배부하는 직원을 보며 매우 낯선
느낌을 받았다.

이십대의 젊은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업무를 마치고 나가다 보니 출구 쪽에 또 20대에 갓 접어들었을 여성이
앉아 있었다.

왜 그들이 그곳에 앉아 있는지의 여부는 둘째 치고라도 한창 활발하게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할 나이에 주차표를 받고있는 것은 어쩐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회는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각종 사회시설과 제도 등은 토양과 같고, 교육과 종교.문화는 뿌리와
같으며 생산활동과 창조적인 움직임은 줄기와 같다.

토양과 뿌리와 줄기가 건강할 때 그 나무의 가치가 울창하게 뻗어나가고
알찬 열매가 열린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중소기업을 비롯한 생산현장에서 전공을 불문한 인력난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기억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의 줄기라 할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은 제자리를 벗어났다는 느낌
이다.

요즘 우리나라 전체가 세대교체의 흐름을 타고 있다.

세대교체르르 바탕으로 청년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우리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정작 젊은 세대의 일부는
오히려 정신적인 고령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아직 활발하게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세대교체에 밀려 할일을 잃어버린 장년들의 경륜과 식견을 사회발전
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사후 방안이 미흡하다는 우리사회의 모순이다.

생산적인 일에 몰두해야 할 청년들이 주차장을 지키고 있고, 세대교체에
밀려난 장년들이 할 일을 찾지 못해 평일에도 도시 근교의 등산로를 메우고
있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주차장은 우리사회의 지극히 단편적인 모습에 불과하지만, 창의력과
힘찬 움직임이 필요한 곳에는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인력을 배치하고 화합과
조정, 포용이 필요한 곳에는 여전히 장년이상의 세대가 필요한 것이 현실
이다.

두 바퀴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넘어지고 마는 자전거처럼 서로가
제 자리에서 잘 움직여줄 때 우리사회가 발전한다는 원칙중의 원칙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