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 삼성보험금융연 선임연구원 >

세계화추진위원회 산하 국민복지기획단이 지난 연말(12월29일)에 발표한
"삶의 질 세계화를 위한 국민복지의 기본구상"은 21세기 우리나라 복지정책
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본구상에 따르면 오는 2000년까지 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사회보험의 혜택이 전국민에게 돌아갈수 있도록 사회보장제도의 확립
과 사회취약계층의 최저생활수준 100% 보장등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본구상안의 실현에는 막대한 재원의 성공적인 조달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기본구상안에는 소요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부족하다.

복지선진국을 자처해온 유럽의 선진국들은 재정적자가 심해지면서
지금까지 운영해오던 복지정책의 감축을 이미 단행하였거나 면밀히 검토
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도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에 해당하는 사회보장
제도와 메디캐어(고령자 의료보장제도)및 메디케이드(저소득자 의료보조
제도)의 예산감축문제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배경에는 인구의 노령화와 젊은 노동층 감소에 따른 복지
부담계층의 감소에 기인하는 재정문제가 존재한다.

이같은 상황은 사회복지제도의 역사가 오랜 선진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곧 닥쳐올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65세이상의 인구비중이 1990년에는 5%에
지나지 않았으나, 2001년에는 7%, 2023년에는 1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5세이상의 인구비중이 7%에서 14%가 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2년으로
미국의 70년, 영국의 45년에 비하면 우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노령층 인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보다 다소 늦은 2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본도 급격한 노령화 문제로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재원마련책이 더욱 시급하다고 하겠다.

사회보험의 재원마련을 위해 보험요율의 인상이나 정부의 예산을 증액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사회보험분야의 민간참여를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다시말해서 사회보험의 공익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책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회보험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역할분담이라는 측면에서 민간
차원에서 보완기능 또는 대행기능이 크게 요망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미 사회보험의 민영화를 실행하여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남미 칠레의 경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적연금제도를 완전민영화한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칠레는
1924년 공적연금을 채택하였고, 1981년 세계최초로 공적연금제도를 민영화
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칠레의 공적연금은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기 시작하였고,
연금의 저축기금은 고갈되었다.

이는 주로 칠레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것이었으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었다.

칠레정부는 공적연금제도의 완전한 재설계와 함께 1981년 5월부터 민영
금융기관(AFP)에 의한 새로운 연금제도를 시행하였다.

그이후 공적연금 민영화의 성공지표는 여러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 후반 연금의 저축기금이 거의 없었던 것과는 달리 1990년대초
연금기금에 의해 관리되는 누적자산은 칠레 GDP의 41%에 해당하는 23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칠레 경제는 지난 10년간 연간 7%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고 연금
기금의 연평균 투자수익률이 13%에 이르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퇴직자들이 민영화 전보다 훨씬 높은 노후생활
급여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칠레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 이탈리아 멕시코를 포함한 여러나라들이
이미 공적연금제도를 상당부분 민영화했거나 민영화를 검토중이다.

멕시코는 기존 정부운영의 연금제도와 별도로 새로운 민영연금제도를 시행
하고 있으며, 미국의회에서는 완전자유경쟁 시장원리에의한 사회보장제도
의 민영화내용을 담고있는 포터안을 비롯하여 케리-심슨안등 공적연금제도의
민영화를 위한 여러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같은 세계 여러나라의 사회보장제도 민영화추세는 그동안 정부 또는
공공부문에 의한 사회보험의 독점운영에서 야기된 비효율적인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각각의 보험목적에 맞게 수급자중심의 운영을 하기위한 조치라
하겠다.

최근 미국,구 미 각국에서의 복지축소 바람과 우리나라의 노령화사회로의
진전, 삶의 질적 향상에 대한 욕구, 고용위기의 심화등은 사회보험의 역할과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한다.

하지만 사회보험 영역은 매우 넓고 각 부문별로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강제보험의 성격을 띠고 정부에 의해 운영되어
왔으나 방만한 운영으로 이미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한 의료보험과 함께 복지정책의 양대축을 이루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의 경우 2030년이면 재원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에서는 연금수혜폭을 줄이거나 가입자들 부담인 갹출료의 상향
조정, 수급개시연령 연장등의 방안을 강구할 수 있겠으나 현행 연금제도는
과도기의 일시적인 적자문제가 아닌 구조적으로 장기적인 적자요인을 내포
하고 있다.

의료보험의 경우에는 현재 적용대상별로 400여개의 조합으로 관리운영이
분산되다보니 위험분산기능의 약화, 소득재분배 기능의 제약, 그리고 관리
운영비의 과도한 지출등의 비효율성도 심각한 문제이다.

21세기 복지선진국의 비전과 함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관점에서 국민생활의 현재와 미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보험 각분야의 수급자 중심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정부의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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