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세계 각국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일본 홍콩등 대부분의 해외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곳은 한국과 대만 인도등 3개국에 불과하다.

개방경제아래서 왜 이같은 차별화 현상이 일어날까.

주가 동조화라는 말이 맞지 않는 것일까.

증권계 일각에서는 그래서 외국인 투자한도가 확대되더라도 반짝 장세에
그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오고있다 과연 그럴까.

세계 무대에 한 걸음씩 들어서고 있는 한국 증시의 현주소를 열린 시장의
시각에서 진단해 본다.

최근 세계 증시 활황세와 그 배경, 해외자금의 한국증시 유입 가능성,
해외증시에 대한 한국증시의 민감도, 해외 큰 손(펀드)들의 움직임 그리고
국내기업의 해외자금조달 해외기업의 국내 자금조달 증권산업의 변화등를
점검해 본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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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증권 국제영업부의 최차장은 요즘 해외에서 오는 손님을 접대하느라 무척
바쁘다.

지난주에는 미국 일본 영국에서 온 3개의 시장조사팀을 상장회사에 안내
하느라 연 사흘 밤잠을 설쳤다.

이번주 들어서도 해외지사로부터 00증권사 펀드매니저를 잘 안내하라는
주문이 잇따라 들어와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시장조사단계에서부터 정성을 다해야 고객으로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증권회사에는 국내 주식투자를 위해 시장조사차 방문하는 외국인이
부쩍 늘어났다.

미국 일본등에서 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펀드매니저들이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해 잇따라 방한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이후 들어오지 않고 있는 해외자금이 다시
들어올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반기쯤에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하락으로 유동성이 높아져 해외자금이 다시 밀려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경증권 이종윤상무)

증권사의 이같은 전망은 사실 강건너 불보듯 할일은 아니다.

이미 이머징 마켓(신흥시장)들은 해외자금이 유입되면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94년말 멕시코의 외환위기사태이후 동반 하락세를 보였던 남미와
동남아시아 주식시장은 올들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지난해 초부터 침체국면에 들어갔던 동남아시아 시장은
지난해 11월 중순을 고비로 완연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집계한 세계 주요 증시 동향을 보면 올들어 브라질이 15%
오른 것을 비롯 아르헨티나 멕시코등이 모두 10%내외의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멕시코페소화 폭락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던 이들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하와 자국통화의 안정등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남아시아 증시들도 마찬가지이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등 아시아신흥 개발도상국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완연한 상승커브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15일을 기준으로 보면 인도네시아는 무려 26% 올랐고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등도 17%이상 상승하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멕시코페소화 충격으로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했으나 올들어 해외자금이 유입되면서 다시 활황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하이테크 열풍속에서 큰 폭으로 올랐던 미국이 불과 2%, 일본과 영국이
2~3%정도 오른데 비하면 신흥시장은 초강세라고 할수 있다.

지난 93년이후 약 3년만에 다시 세계 증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머징 마켓이 다시 활황세를 보이는 것은 우선 미국 일본 독일등 선진
각국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를 계속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투자의 장점이 줄어들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상대적
으로 성장성이 부각되는 이들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
이다.

거기다가 미국시장이 약 3년간 오름세를 보여 천장에 임박한 것으로 인식한
펀드매니저들이 신흥시장의 주식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고 증시 관계자들
은 전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해외 자금이 한국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증권업계의 기대는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할수 있다.

현재 신흥시장중에서 한국과 대만 인도등 3개국만이 오름세를 타지 못하고
있으나 앞으로 상승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한국이 다른 아시아국가들처럼 오름세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지난해말 비자금사건으로 경기급랭이 우려되고 있는데다 외국인에 대한
개방폭이 작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실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동남아시아등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위축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5년과 96년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싱가포르는 8.0%에서 7.3%로, 태국은
8.6%에서 8.2%로, 그리고 말레이시아는 9.6%에서 8.2%로 낮아져 한국(9.3%
에서 7.5%)에 비해 경기하강폭이 훨씬 작다.

주식시장 개방측면에서도 한국과 대만은 각각 15%로 동남아시아 각국
중에서 가장 낮다.

인도 역시 25%밖에 개방하지 않고 있어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개방폭이
작다.

그러다보니 외국인들이 원하는 주식을 바로 살수 없어 자금유입이 상대적
으로 늦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우경제연구소 송준덕선임연구원은 "홍콩 싱가포르 태국등은 완전히 개방
했거나 30%이상 개방하고 있다"면서 한국 대만 인도등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이들 국가의 주식시장 개방폭이 작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자금사건을 전후해서 한반도 위기설이 나돈 것도 외국인들에게 한국
투자를 위축시킨 요인이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시 중국과 대립하고있는 대만에서 위험을 느끼고 있던 외국인들이 한국과
대만을 같은 범주에 놓고 평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밖에 최근 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로 전자 자동차 조선
부문에서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도 외국인들에게 악재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증시에 외국인들의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결국
경기가 연착륙할 조짐을 보이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신경제연구소의 이충식 기업분석실장은 지난 92년이후 외국인자금은
국내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물가가 안정됐을때 대부분 유입됐다면서 경기
연착륙의 여부가 외국인자금유입의 관건이라고 진단한다.

< 박주병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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