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컴퓨터 통신망인 유니텔엔 최근 "토요 격주휴무제"를 주제로 한
토론마당이 개설됐다.

삼성은 올해부터 소그룹별 토요격주휴무제를 실시키로 했던 터라 이 토론
마당은 상당수 직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토요 격주휴무제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

"토요격주휴무제 도입을 사원들이 제일 먼저 환영할 줄 알았는데 의외"
(비서실 인사팀 관계자)라는 소리도 들렸다.

미처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는 반증이다.

토론마당에 등장한 반대논리중 가장 조회횟수가 많았던 것중의 하나는
소위 "시기상조론".

"5일 근무제의 허상"이란 제목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한 전자소그룹의
모사원은 "적절한 자기계발욕구와 사회적으로 건전한 놀이문화의 기반이
갖춰졌을 때 만이 토요휴무제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결론을 지었다.

토요격주휴무제는 90년대 들어 일부 제약회사와 외국계회사를 중심으로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대기업중에선 LG그룹이 지난 93년부터 이 시스템을 실시중이고 최근엔
현대 삼성 대우등도 전자.자동차등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 제도를
도입, 사실상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더구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동시에 올해 노사협상의 최대 이슈로 토요
휴무제 실시(근로시간 단축)를 들고 나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당 44시간이나 실제론
47.1시간"이라며 "올해 단체교섭이 예정돼 있는 산하 1천5백개 사업장에서
주 5일 근무제(주당 40시간)나 토요격주휴무제(주당 42시간)를 실현토록
단협지침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토요격주휴무제는 이제 단일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계의 "핫이슈"로 부상한
셈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고민이 단지 "토요휴무제를 도입하느냐 않느냐"에 있지
않다는 것.

토요격주휴무제를 실시하는 데엔 "휴무일 처리"와 "초과근무시간 처리"에
따라 몇가지 방안이 있다.

하나는 격주휴무제를 실시하되 쉬지 않는 토요일은 8시간을 근무하는 방법
이다.

가장 합리적인 방식처럼 보이지만 이 경우엔 현행 근로기준법상 8시간
근무에 대해선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 46조).

설령 노사간 합의에 따라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하더라도 회사는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도 있다.

또 하나는 쉬는 토요일을 반일월차로 공제하는 방법이다.

한달에 두번 쉬는 셈이니까 결국 월차 하루를 공제하는 셈이 된다.

회사측으로선 수당 지급이 줄어 좋지만 근로자 입장에선 실질 임금이
깎이는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이 경우엔 별도의 노사협상을 거쳐 노조측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LG그룹의 경우는 이같은 문제에 노사양측의 합의가 이뤄져 별 무리없이
격주토요휴무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LG와 같지는 않다.

"휴무보다는 돈"을 선호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아서다.

이런 이유로 월차를 공제하지 않고 사실상의 "유급휴가제"를 실시하는
방안이 세번째다.

이 경우엔 쉬지 않는 토요일에도 4시간만 근무하되 월차에서 공제하지
않는다.

사실상의 유급휴가제다.

그러나 이는 원래 토요휴무제의 도입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토요휴무제란 근로자들에겐 여가시간 확대라는 인센티브를 주고 기업은
생산성향상과 관리비용의 절감을 꾀하자는 제도이기 때문.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는 경영상의 문제는 또 있다.

우선 업종 특성상 토요격주휴무제의 실시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 있다.

화학 철강등 24시간 연속 조업이 불가피한 장치 산업이 그렇다.

서비스 업종이나 금융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비스업의 특성상 공백이 발생하면 심각한 매출감소가 예상된다"
(삼성생명 김재혁상무)는 설명이다.

또 동일 기업내에서도 생산직과 사무직의 직종 차이에 따라 불균형이 발생
한다.

예컨대 관리.영업직에서만 토요 격주휴무제를 실시한다고 하면 생산직
사원들의 심각한 반발이 우려된다.

"토요휴무제는 기업의 상대적인 인력난을 유발시켜 노임단가의 상승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경총 조사부 김환일조사역)는 지적도 있다.

토요휴무에 대한 기업들의 "시기상조론"은 대체로 이같은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도입 여부는 소그룹별로 노사협상을 거쳐 결정되지만
무급방식이 그룹의 원칙"이라며 "직원들의 여가활동비용은 늘어나는데 반해
임금은 상대적으로 줄게 돼 임금인상의 또다른 빌미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점에서 국내기업들의 "토요 격주휴무제"는 아직 과도기다.

근로자측에선 "소득"과 "여가"를 모두 얻고자 하는 반면 회사측에선 양자
택일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

"근로자들의 가치관이 "소득선호"에서 "여가선호"로 바뀌어야만 토요격주
휴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박성준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는
주장은 이런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국내 기업의 생산성이나 국제경쟁력을 감안할 때 비록 격주라 하더라도
휴일을 늘리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경총 김영배정책본부장)는 "비판론"을
딛고 격주 토요휴무제가 국내 기업에 어떤 식으로 뿌리내릴지 주목된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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