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에서 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이 국부
증대를 촉진할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저해시킬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이제
경제학에서 고전적 논쟁이 되고 있다.

스미스, 하이에크, 프리드먼에 이르기까지 자유주의논자들은 정부의 간섭과
개입을 최소하하고 자원배분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국부창출에서 최선의
길임을 이미 설파하였다.

그러나 지난 30여년동안 동아시아 신흥 공업국들이 이룩한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자원배분에 있어서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크게 작용
되었다는 것이 거론되면서 정부개입의 유효성이 경제학자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발전모델은 아직도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세계의 많은 개도국에
복음으로 전파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까지 비약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1993년의 "동아시아의 기적" 연구총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국가들의 경제기적의 요인으로 저축, 투자, 물가등 기본적 거시
변수를 건실하게 유지했고, 인간자본및 사회간접자본의 축적, 유인체계를
통한 정부의 직접개입등이 유효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작년도 노벨상을 수상한 루카스 교수는 한국과 필리핀의 성장과정을 비교
하면서 한국의 학습과정을 통한 인간자본 형성과 기술효율을 축적한 것이
필리핀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스텐포드대학의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효율에 바탕을 둔 기적이 아니라 노동과 자본 투입의 물량적 확대에
기인한 것이며 이 요소투입의 물량확대가 끝나면 동아시아의 성장도 끝장
이라는 평가를 내린바 있다.

이와같은 논쟁의 와중에서 세계의 저명 경제학자들이 지난 8년동안 6회에
걸친 세미나를 "통해 경제적 자유와 국부"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하였으며 그 결과를 지난주 국제적으로 저명한 11개 출판사가 공동으로
"세계의 경제적 자유:1975~1995"라는 연구총서로 출판하였다.

이 연구총서는 정부개입의 유용성 논쟁에 대한 또하나의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자율화 개방화 세계화의 경제운용기조를 내걸고 있는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여 주고 있다.

1백2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20년에 걸친 자료를 토대로 이 연구총서가 내린
결론은 "경제적 자유와 국부 사이에는 높은 상관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가 국부증대를 촉진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역으로
일인당 소득증대가 경제적 자유를 유발하고 있는가에 대한 인과율은 분명치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확실한 경험적 준거로 지난 10년간 칠레는 자유화를 꾸준히 추진
하여 1인당 소득 증가율을 6%대로 이룩하였으나 반대의 길을 걷은
베네주엘라는 0%를 간신히 면하였다는 것을 예시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와 번영의 상관관계 규명에서 경제적 자유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방법론상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 연구에서 경제적 자유를 본질적으로 개인의 재산권 보호와 소비자 선택
의 자유로 정의하였다.

즉, 경제적 자유는 국가가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얼마나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으며, 개인의 상품 거래와 가격 형성에 정부 규제여부로 요약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상품거래와 가격결정에 직접적
정부 개입이 없더라도 높은 인플레가 진행되어 통화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정부정책은 직접개입보다도 더욱 강력한 정책개입이며 경제적
자유를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그 밖에 경제적 자유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진입과 탈퇴에 대한 정부간여,
국내외에 걸친 개인의 외환 보유및 사용의 자유, 돈벌이와 처분의 자유,
GNP에 대한 이전지출 비중, 예대 금리에 대한 규제 여부, 국영기업의 규모,
가격통제여부, 한계세율의 크기, 공정환율과 암시장환율의 차이, 무역
의존도, 외국인 투자 자유화등을 예시하고 있다.

이들 항목들을 기초로 저명 경제학자들이 일정한 가중치를 부여한 후
1백2개국에 대한 "경제적 자유"의 순위를 채점했다.

최신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러한 지표들에 의하여 세계 1백2개국들에
대하여 1993년~95년사이의 경제적 자유화 정도를 보도하였다.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가 각각 1,2,3위에 기록됐고 미국 스위스
말레이시아를 4,5,6위로 영국 태국 캐나다가 7,8,9위를 그리고 일본 호주
한국이 10,11,12위로 랭크 됐다.

대만은 16위, 네덜란드는 20위, 프랑스는 32위로 기록되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일본 한국 말레이지아 싱가포르 홍콩 태국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고성장국가군이 모두 "고도 경제 자유국가"로 20위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크루먼의 분석에서 설명될수 없었던 동아시아 기적의 또하나의 열쇠가
새로이 부각되는 셈이다.

흔히들 이들 국가가 정부간여 국가라는 이미지와는 반대로 재산권보호,
대외지향에서 상당한 경제적 자유가 잉태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가 93년의 데이터만을 기초로 할때 세계 12위 경제자유
국가로 평가되었다.

추측컨데 높은 무역의존도와 김영삼정부가 추진한 자본 외환 금리자유화등
일련의 규제완화를 위한 제도개혁 실적이 크게 반영되었음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하여 우리경제의 본직적 취약점은 고율 인플레이다.

미국 일본 독일 화란등 선진국들은 철저하게 80년대이후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여 왔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1% 내외의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우리는 80년대이후
연평균 5%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성장지상 주의에 밀려 물가관리는 언제나 부차적 관심사였다.

앞으로 경제 선진화의 요건은 일관되게 안정된 물가를 유지하는데 있다.

물가안정은 통화의 가치저장기능을 확대시키고 환율안정과 임금안정을
유발하는 절대적 전체 조건이며 무엇보다도 불로소득의 지대추구 행위를
불식시키게 될 것이다.

금년도에는 총선거등 다난한 정치일정이 있더라도 21세기 선진경제의 초석
을 놓는 전기라는 차원에서 기존의 자유화 일정위에 경제운영목표를 물가
안정에 집약시키면서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를 위한 "지적" 생산요소의
개발에 진력한다변 선진의 문특은 그렇게 험난한 것만은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