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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교수(서울대 철학박사.59)는 행동하는 지성인이다.

상아탑의 울타리안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고 주장하는 바를 행동
으로 나타내고 이를 사회운동으로 전개해 그 열매를 직접 거두어 들이고자
한다.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경실련)의 공동대표로서 금융실병제 토지실명제
세제개혁등을 주창해 정부가 이를 수용하도록 했고, 최근엔 한국은행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목소리를 높여 5.18특별법을 제정토록 하는 시민운동에
관여했으며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 집행위원장직을 맡아 이번 총선을
앞두고 학연과 지연에 의한 부정선거 감시활동을 다짐하고 있다.

이밖에도 손교수는 각종 사회운동과 사회윤리단체 등에 가입, 활발한
사회참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특히 자녀들에게 상속재산을 물려주지 말도록 하자는 사회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과도한 상속재산으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해 사회적 위화감과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막자는게 그의 주장이다.

손교수를 만나 이운동의 참뜻을 알아보고 그의 경제관도 넌지시
살펴보았다.

손교수는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후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나는 누구인가'' ''현대정신과 기독교적 지성''등의 저서가 있고,
''고통의 현상학'' ''이성적인 인간관''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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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대곤 편집기획위원 ]]]

-교수님께선 자녀들에게 "유산물려주지 말기"운동을 주도하고 계신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 손교수 =평등하게 태어난 인간 각자가 인생의 출발점을 부모의 상속
재산에 의해 현격히 달리 해서는 불공정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처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심정과 부를 축적하려는 개인의 동기
유발을 감안해 자기가 상속할 재산의 30%만 상속하고 70%정도는 가족에게
물려줄 것이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1년에 한번씩 유언장을 작성하고 그 내용을 자식들에게
알려주면서 해마다 자신의 결심을 재다짐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처음에 세운 결심이 일시적인 충동이 아니었음을
재확인 하고 이를 계기로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앞으로 남은 여생을
진지하게 살아갈 각오를 새롭게 할수 있도록 합니다.

또 자식들에게는 부모로부터 재산상속을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상속을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이나 불협 화음을 사전에 차단하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갈수있는 자생력을 길러주자는 것입니다.

-이상적인 운동이긴 하지만 상속할 재산이 있는 사람이 참여해야 그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요.

현재 몇명이나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까.

<> 손교수 =이영덕 전국무총리, 김인덕 벽산그룹회장, 최태섭 한국유리
회장등 2백70여명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이 운동의 취지에 찬동하고 1차적으로 회원가입원을 제출하면서
자기재산의 7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의 유언장을 제출했습니다.

-이 모임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면 범사회 운동으로 확대할 수있지 않을까요.

<> 손교수 =그렇게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 운동은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지 강요에 의하거나 사회적인
압력으로 전개하면 본래의 취지가 퇴색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여기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사람을 부도덕시하는 것은 더욱
곤란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 모임의 활동이나 참여자 명단의 공개를 오히려 꺼리고
있습니다.

또 이 명단이 공개됨으로써 일부 사회 자선단체나 역경에 처한 개인들이
상속할 재산을 미리 자신들에게 달라며 요청반 압력반의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도 막자는 것입니다.

이미 그러한 사례도 실제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운동을 전개하게 된 특별한 동기라도 있습니까.

<> 손교수 =제가 70년대에 한국 기독실업인회의 강의를 맡으면서 상속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해 왔는데, 79년부터 80년까지
네덜란드에서 강의를 마치고 돌아와보니 저의 강의를 들은 몇몇 사람이
뜻을 모아 이 운동을 벌이고 있더군요.

-이처럼 자발적인 운동도 좋지만 상속세에 의해 제도화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상속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손교수 =일부에선 상속세율을 더 낮춰야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상속세율이 아직도 낮은 편입니다.

유럽의 경우 불로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재산소득분에 대해서는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근로소득에 대해서도 약60%의 세금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네덜란드에 있는 친구로 부터 자기 어머니의 집을 상속받지 않고
돈을 지불하고 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아 물어봤더니 상속세율이 워낙 높아 오히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구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고 떳떳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부모들의 자식사랑이 워낙 강해 그 같은 서구식 제도나
상속남기지 않기가 수용되기에는 한계점이 있지 않을까요.

<> 손교수 =그렇습니다.

그러나 "재산 물려주지 않기" 운동을 벌이는 것은 단순히 자식에게
상속재산을 남겨주지 말자는 뜻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한다면 재물을 물려주기보다 재물을 모으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인생에 있어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돈은 생활의 수단이지 목표가 될수 없지 않습니까.

지식이나 사랑은 모든 사람이 공유할수 있는 가치이지만 돈은 한사람이
많이 가지면 다른 사람은 갖지 못하게 되는 제로섬게임의 이론이 적용되는
하급의 가치입니다.

하급의 가치는 서로 경쟁관계를 유발시키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속성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정도의 기본적인 재산만 소유하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의 가치를 경시한다면 현실성이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반발에 부딪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자칫하면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라는 오해를 낳을수도 있겠고.

<> 손교수 =사회주의 자체는 본인도 반대하고 그렇게 돼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갖는 비인간적인 경쟁이나 이기주의적인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견제와 비판은 필요하며,특히 자본주의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사회주의적인 가치관의 공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손교수님께서 맡고있는 경실련이 그동안 정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는데
최근에는 그 목소리가 약해졌다는 평도 나오더군요.

<> 손교수 =회원중의 몇사람이 집권당에 들어가면서 빚어진 편견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이제 지양돼야 합니다.

비록 반대편의 주장이라 하더라도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바르게 지적할 수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립해야 겠습니다.

그간 경실련이 주장한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세제개혁 등이 어느 정도
정부에 의해 수용된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라는 주장은 수용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5.18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우리의 요구가 채택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잘한 것에 대해서는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는 여유가 잘못 왜곡돼
일부에선 경실련이 변질했다는 소리를 하는 모양입니다.

-최근 대기업에서 각종 사회 봉사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는데
이 역시 사회주의적인 가치관의 일부 수용이라고 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사회복지사업은 정부의 영역인데 "월권행위"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는것 같습니다.

<> 손교수 =탈세나 개인재산을 숨기기 위한 위선적 행위가 아니라면
무방하다고 봅니다.

사회복지사업을 정부의 고유 영역이라고 보는 시각은 아마도 기업이 직접
사회복지활동을 함으로써 특정 수혜 대상자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빚어진 것 같습니다.

만약 사회복지행위를 빌미로 부당한 세금감면 혜택 등이 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원칙적으로 반대할 것은 없습니다.

정부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잘 감시하면 됩니다.

자선 봉사활동 등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지 단순히 보직 때문에 봉사
활동에 참여한 공무원이 있다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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