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옥이 보채와 보옥에게 핀잔을 주자 상운도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웃었다.

보채와 보옥은 머쓱해져서 둘 다 입을 다물고 연극 무대로 시선을
보내었다.

노지심이 술에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절간문을 두드리다가 열리지 않자
아예 부수어버리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장면이 지난 후 보채가 가사를 읊어준 그 "기생초"대목이 공연되었다.

가사만 들어도 기가 막혔는데 거기에 곡조까지 실리니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였다.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모든 연극 공연이 끝났다.

대부인이 흡족한 얼굴로 방으로 돌아와 희봉에게 말했다.

""노지심이 술에 취해 오대산을 소란케 하다"에서 그 술집 여인역을
맡은 아이하고 말이야, "유이가 옷을 전당포에 맡기다"에서 어릿광대역을
맡은 아이, 연기가 일품이더군. 주인공들보다 훨씬 빼어났지. 안그래?"

"그래요. 그 애들 장차 훌륭한 배우가 될 것 같아요"

"나, 그 애들한테 상을 내리고 싶은데 좀 불러다줘"

희봉이 하인들에게 지시하여 여인역을 맡은 아이와 어릿광대역을 맡은
아이를 대부인 앞으로 데려오게 하였다.

대부인이 여인역을 맡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몇 살이냐?"

"열한 살이옵니다"

그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연극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낭랑하기
그지없어 사람들이 가만히 탄성을 질렀다.

"너는 몇 살이냐?"

이번에는 대부인이 아직 어릿광대의 분장이 얼굴에 묻어 있는
아이에게 물었다.

"아홉 살이옵니다"

그 여자 아이는 정말 어릿광대처럼 간드러지게 대답하여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었다.

"기특도 하지. 어린 나이에 그렇게 연기들을 잘 하니"

대부인이 두 아이에게 각종 맛있는 음식과 과일을 갖다주게 하고 각각
두 관의 돈을 상금으로 내렸다.

사람들이 두 아이를 중심으로 모여 서서 이것 저것 말을 걸기도 하고
짤막한 즉석 연기를 부탁하기도 하였다.

두 아이는 영리한 눈을 반짝이며 스스럼없이 대답하고 연기를 하여
사람들을 마냥 즐겁게 해주었다.

보옥은 여인역을 맡은 아이에게 반하여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손등을
쓰다듬으며 떨어질 줄을 몰랐다.

"보옥 도련님이 노지심이 되셨나?"

보채가 옆에서 예쁘게 흘겨보며 놀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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