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세상 만사는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말한다.

어떤 객관적 사실이 발생했을 경우 그 현실을 어떻게 평가하고 수용해서
대처해 나가느냐가 사람에 따라 달라질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양주 반병을 마셨을때 "이제 반병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할수 있고
또 "아직도 반병이나 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전자가 비관적 소극적인 사고방식이라면 후자는 낙관적 적극적인 사고라
할수 있다.

같은 객관적 사실에 대해 이같이 개인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은 개인
성격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실제 사회생활에서 경험적으로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순리대로만 일이 이뤄지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오히려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볼 수가 있다.

몇년전 우리사회에서 "머피의 법칙"이라는게 유행한 적이 있다.

49년 미국의 항공기 엔지니어였던 에드 머피가 경험적으로 "발견"했다는
인생법칙이다.

한마디로 이 법칙의 내용은 "잘못될 소지가 있는 것은 어김없이 잘못
돼간다"는 것이다.

가령 "소나기가 내려 우산을 샀더니 비가 그쳤다"든지 "급할 때 차선을
바꿨더니 더 길이 막혔다"는등 암울하고 비관적인 시각이다.

반면에 최근 우리사회 신세대간에 "샐리의 법칙"이 번지고 있다한다.

샐리란 3년여전에 개봉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는 미국영화의
여주인공이다.

그녀는 갖은 곤경을 치르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그 모습에서
힌트를 얻은 법칙이라 한다.

따라서 "샐리의 법칙"이란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이 우연히 자신에게
유리하게 얽혀져 풀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가령 "표를 사고 돌아서는 순간 매진이란 푯말이 걸렸다"든지 "입시당일
아침 우연히 봤던 참고서에서 문제가 출제됐다"는등 밝고 낙관적인 발상
이라 할수 있다.

"머피의 법칙"이든 "샐리의 법칙"이든 객관적 사실 자체엔 달라지는게
없다.

그러나 우리 젊은 세대가 비관적 소극적인 "머피의 법칙"보다 낙관적이고
적극적인 "샐리의 법칙"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현상이라 할수
있다.

그들이 젊은이다운 패기와 희망에 찬 시각으로 우리사회를 보고 있다고
할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세대의 이같은 성향이 부모의 과보호속에 자란 세대로서 의타적인
의식의 발로 또는 이기주의적 사고의 반영이라면 걱정스런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