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냥 산이 좋아서 산을 찾는 것은 아니다.

동료들과 만나기 위해서 산을 찾고, 동료들과 만나는 곳이 산이다.

그 산에서 우리는 동료애와 우정을 나누고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가든백화점이 개점하고 1년이 지난 1987년 봄, 그러니까 지금부터 9년전,
그전부터 등산을 해온 몇 사람이 중심이되어 가든산악회를 구성하고 첫
산행을 했다.

대형버스 2대의 좌석이 넘치게 100명이 넘는 회원이 참석했는데
그차림새들이 정말 볼만했다.

비치백이나 여행용가방을 손에들고, 운동화는 그나마 다행이고 샌들이나
굽높은 신발을 신고온 사람이 절반에 가까웠다.

따뜻한 봄날이었으니 야유회라면 더없이 좋은 찰미으로 첫 산행을 한
것이다.

두번째 산행에는 회원수가 50여명으로 줄어들더니 산행이 거듭될수록
차츰차츰 줄어들었다.

회사를 그만 둔 회원도 있었지만 힘들다고 못다니는 사람, 돗자리 깔고
고기구워먹는 재미를 못버리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간 것이다.

결국 회원 수가 20여명으로 줄어들면서 "행락회"라고 붙여졌던
가든산악회의 오명도 함께 떨어져나갔다.

이렇게 시작된 가든산악회느 1990년 일본 북알프스, 1991년 대만 옥산
원정, 1992.1993년 두해의 일본 후쿠오카 캠프를 다녀옴으로써 산악회의
이력과 명성을 키워나갔다.

매년 12월31일 밤에 우리 산악회원들은 늦은시간까지 근무로 지친 몸을
버스에 싣고 신년 해맞이를 할 산을 찾아나선다.

광주의 자랑인 무등산은 물론 지리산 천왕봉, 해남 두륜산, 영일만 등대,
돌산도의 향일암, 담양 추원산 정상에서 새해 첫날에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며 새해를 시작해 왔었다.

산은 항상 두렵다.

무지하게 덤비는 사람에게는 용서가 없다.

몇년 전 겨울엔 눈덮인 지리산을 온종일 굶고 헤맸으며, 영암 월출산에서는
야간산행을 고집하다가 산짐승 울음소리에 공포와 두려움으로 한밤중에
길을 잃고 헤메기도 했다.

무지하게 덤빌때마다 산은 말한다.

"경망하지 말라!"

1996년 새해 첫날에도 우리는 어느산 정상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소망할 것이다.

어느 노랫말 처럼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써가야해. 사람아 사람아 우린 모두 타인인걸 외로운 사람끼리
사슴처럼 기대고살자." 우리 가든산악회의 산행은 결코 쉽지가않다.

한달에 두번, 그것도 회사 업무형편에 따라 한번으로 줄거나 아예 없어지는
그 귀하디귀한 정기휴일에 산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냥 산이 좋아서만 가는 곳이라면 우리는 산에서 만나지 못한다.

우리 도료들끼리 만나지는 곳, 동료들끼리 마음이 함께하는 곳, 바로
그곳이 산이기에 가든산악회로 존재한다.

그래서 감히 가정과 처자식을 버리고(?)산으로 간다.

가정과 남편과 자식을 버리는(?)주부회원도 많다.

산보다 더 좋은 여자를 못만나서 장가를 못간 장두선 회장의 수고가 너무
크다.

신입회원의 엄살과 투정에 꼼짝도 못하는 회장에게 산보다 더좋은 여자가
1996년에는 나타나길 바란다.

"언제 가서 밀린 빨래느 다할까?"

처자식을 버린 어느 남자회원의 양심적인 하산길 푸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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