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있은 새해 첫 중앙노사협의회 결과는 올해 임금협상이 예상대로
순탄치 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해 준다고 하겠다.

이날 모임의 결과를 놓고 올해 노사협상의 향방과 관련해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올해에도 작년에 이어 노-경총간 중앙단위 임금 가이드라인
설정이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과 민노총출범 이후 기존 한국노총의
자세가 초반부터 강성으로 흐르고 있어 지난해의 노사화합 분위기가 올해
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매우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특히 노-경총이 중앙단위 임금합의 노력을 포기하고 이달말까지 독자적인
권고안을 마련해 발표키로 한 것은 아직까지 중앙단위에서 합의된 임금협상
준거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업장들이 있음을 감안할 때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날의 모임이 노총의 강력한 주장과 반발에 압도당해 최고 노동정책협의
기구 치고는 너무 무력했던 면이 없진 않지만 우리는 이 모임에서 공익
대표들이 제시한 올해의 적정 협약임금 인상률과 관련해 몇가지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노-사-정이 위촉한 15명의 노사관계 전문교수(공익대표)들은 이날 회의에서
5.1~8.1%(평균 6.6%)의 인상률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에 제시했던 5.6~8.6%(평균 7.1%)보다 낮은 수준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객관적 입장에 있는 공익대표들이 이처럼 지난해보다 낮은 인상률을 제시
했다는 것은 물론 뚜렷한 산정기준이 있겠지만 전반적인 여건으로 보아
올해의 인상률이 작년보다 낮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외 각 연구기관들은 우리의 고율 임금상승이 경쟁력저하의
주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더구나 우리 경제는 이미 하강기에 접어들었다.

성장률이 둔화되면 임금보다 고용이 더 큰 문제가 됨은 지금 미국과 유럽등
선진국의 현실에서 알수 있는 일이다.

노총이든 경총이든 경기 하강국면에서 형성되고 있는 사회적 컨센서스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종합적인 경제운영의 틀을 깨는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인상안으로는 단위
사업장의 임금협상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지난 93년과 94년의 경험에서도 보았듯이 중앙단위 임금합의가 아직도
효율적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우리 사업장의 노사협상도 언제까지나 위에서
내려오는 가이드라인에 매달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진정한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올해 우리의 노사관계는 지난해 못지 않게 중요하다.

경기연착륙의 성공여부도 궁극적으로 노사관계에 달렸다고 해야할 만큼
중요하다.

첫 술에 배부를수 없듯이 첫 모임에서 만족할 만한 결실이 없었다 하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작년에도 연초의 노사관계 전망은 우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협력-화합
분위기가 확산됐음을 상기하는 것이 좋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