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자가 먼 길을 떠나면서 공자에게 물었다.

"원컨대 처신하는 법을 알고 갔으면 합니다"

"모름지기 모든 행동의 근본은 참는 것이니라"

"어떻게 참아야 합니까"

"천자가 참으면 온 나라에 해로움이 없을 것이요, 영주가 참으면 다스리는
영토가 커질 것이요, 관리가 참으면 지위가 올라 가리라.

또한 형제간에 참으면 그 집안이 부귀를 누릴 것이요, 부부가 서로 참으면
일생을 해로할 것이며, 친구끼리 서로 참으면 상대방의 명예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 참을때 화가 없을 것이니라"

말하자면 매사에 겸허하고 자제할줄 안다면 서로가 평안하며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자(척)를 구부려서 한길을 편다고 했듯이 인간사회에 절대 필요한
덕목의 하나로서 참을줄 아는 자세야말로 겸허한 삶의 자세요, 서로를 끌어
올려주는 힘이라 하겠다.

새해가 되었으니 남북화해라는 민족숙원 다음으로 무언가 새로운 각오같은
것이 있어야 하겠기에 올해는 "참을 인"자를 써놓고 바라본다.

참는다는 건 글자 그대로 칼을 삼킨 것처럼 마음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칼을 손에 들면 남을 해치게 된다.

차라리 찔리는 아픔을 견디며 용서할줄도 알고 물러설줄도 알면서 각자
참기로 한다면 인간사회 윤리가 바로 서게 되리라 믿는다.

가정과 사회가 다 평안해져야 한다.

먼저 가정의 평안을 위해 우리는 어떤 도리를 하고 있는가.

잘못된 길로 빠져든 청소년에게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물으면 부모가
매일 싸우는 바람에 집에 있기 싫었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집안 분위기가 삭막하니 밖으로 나돌다가 나쁜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모의 입장은 언제나 자녀의 눈을 의식해야 한다.

그래서 싸우고 싶어도 참게 되는 것이다.

참다보면 부딪침의 극한상황을 이겨내게 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경우라면 부부가 훌쩍 집을 떠나 어디 바닷가로
나가 대자연앞에 서있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낭만도 아니고 기분풀이가 되는게 아닐지라도 적어도 인간생활의
감정싸움 같은 것이 얼마나 자학이며 왜소한 것인가를 재인식하는 계기는
될 것이다.

그래서 말없이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리라.

사회도 마찬가지다.

개개인의 윤리의식이 나와 남과의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인간존중과
공동체 의식으로 연결되는 것이며 사회도덕의 바탕을 이루게 된다.

근래 우리사회가 어수선해서 모두 심적 타격을 입은건 사실이지만 지탄과
한탄만 하고 있다 함께 침몰해서는 안될 것이다.

내일도 태양은 떠오르고 우리는 밝은 미래설계를 위해 오늘 착실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겠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최근 이런 시를 썼다.

새해 첫머리에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


이 세상 모든 아픔

그토록 부드러운 물살에

바위 부서져

모래가 되고


모 난돌 깎이어

결 고운 자갈 되고


신비하여라

작은 물방울 모여

큰 강물 이루니


크고 작음이 한결같지 않아라

많고 적음이 한결같지 않아라


부푼 욕심 누르고

맑은 눈빛으로 바라보면


이 세상 모든 기쁨

내것이어라

이세상 모든 아픔

내것이어라.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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