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은 병자년.

"쥐띠 해"이다.

60간지로는 13번째이며 주역의 괘로는 화천대유괘에 속한다.

방향은 북북서.오행은 화수에 해당한다.

한자 서는 머리와 수염 다리 꼬리를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는 상형문자에서
비롯됐다.

쥐는 약 3,600만년전 지구상에 나타났다.

남극과 뉴질랜드를 제외한 전세계에 220속 1,800여종이 분포돼 모든
포유류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쥐가운데 인간과 가장 가까운 집쥐는 원래 서남아시아에서 발생,
12~13세기까지만 해도 이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나 15~18세기 신천지
개척에 따른 항해붐을 타고부터 전세계로 퍼져 번성하기 시작했다.

한국문화에서 쥐는 몇가지 상징성을 가진 동물로 나타난다.

물과 불의 근원을 알려주는 동시에 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 정보체로서
인식된다.

쥐는 또 예로부터 재물 다산 풍요의 상징이며 미래의 일을 예시하는 영물로
여겨졌다.

그런가하면 쥐는 약자 왜소함 재빠름에 비유되기도 한다.

정월들어 첫째 자일을 상자일, 일명 쥐날이라고 한다.

이날 쥐를 없애기 위해 농부들은 들에 나가서 논과 밭두렁을 태우는 쥐불을
놓는다.

마른 잡초를 태우면 해충이 제거되는 동시에 재는 거름이 되어 땅을
기름지게 하는 까닭이다.

첫번째 쥐날은 정초의 다른 날들과 마찬가지로 삼가는 일들이 많았다.

민가에서 정월상자일은 근신하는 날인데 이는 신라 21대 비처왕(일명
소지왕)이 쥐와 까마귀 돼지등의 인도로 궁녀와 승려의 사통을 알게돼
위기를 면했다는데서 유래한다.

쥐날밤 자시에 방아를 찧으면 쥐가 없어진다고해서 부녀자들은 밤중에
방아를 찧기도 했다.

속담에서 쥐는 왜소하고 하찮은 동물로 나타난다.

쥐구멍 쥐꼬리 쥐간등의 용어에서 보듯 작고 나약한 것의 대명사로 쓰인다.

"쥐가 고양이 만난 격" "쥐구멍을 찾는다" "쥐도 들구멍 날구멍이 있다"
"쥐구멍에도 볕들날 있다" "쥐꼬리만하다"등의 표현에서도 쥐의 별볼일
없음이 그대로 나타난다.

60갑자중 갑자 병자 무자 경자 임자등 다섯번 찾아오는 쥐띠해에서 두번째
쥐띠해격인 병자년에는 역사상 큰 혼란이 많이 닥쳤다.

특히 국내에서는 변란이 많이 일어났는데 1636년 병자년에는 병자호란이
발생했고, 1876년에는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됐다.

성삼문 박팽년등이 단종의 복위를 꾀하려다 실패한데서 비롯된 병자사화
역시 병자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그래서 "병자년까마귀 빈 뒷간 들여다보듯"이라는 속담도 나왔다.

좋지 않은 해에 행여 어떤 일이 될까 하고 한가닥 희망을 걸고 기다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쥐띠해에 태어난 사람은 밝고 명랑하며 사교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쥐띠들은 근면하고 검소하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엇이든
아끼지 않는다.

쥐와 마찬가지로 목전의 상황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며 이러저러한 곤경을
극복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위기시에는 최선을 다해 돌파한다.

그러나 욕심이 너무 많고 제꾀에 잘 넘어가는 대목도 있다.

열두띠들 가운데 가장 다정다감하다고 할수 있는 쥐띠들은 자녀들에게
온갖 정성을 쏟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극진히 공경, 널리 사랑을 받는다.

병자생으로 유명한 인물로는 "제인에어"의 작가인 샬롯 브론테,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 파키스탄 회교지도자 카림 아가
칸, 첼로의 거장 파블로 카잘스, 프랑스의 세계적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등이 있다.

국어학자 주시경선생도 병자생이며 교황 요한 바오로2세,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 미국의 재벌 아이아코카도 쥐띠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