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정교수(동국대 철학과.65).

그는 철학자이다.

그러나 그의 철학세계는 철학이라고 하면 다소 사변적이고 관념적인
것으로만 이해하려는 일반인들의 선입견과는 달리 과학과 수리에 깊은
식견과 그 심오한 세계를 펼쳐보이는 독특한 철학박사이다.

김교수는 철학 종교 문화 경제 사회가 독립적인 학문영역이 아니며 특히
이들 각 영역의 동양문화와 서양문화가 배척적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호
의존적 공생관계로서 이해하고 상생적 조화를 이루어야 지속적 경제발전도
가능하다고 늘상 주장해오고 있다.

김교수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같은 대학교 물리학과를 다닌뒤
과학철학의 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과학사상''의 편집인직을 맡아 첨단의 과학이론과
철학사상간의 공존과 상생의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일찍이 프리초프 카프라 교수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The
Tao of Physics)을 번역해 상대성 이론 양자물리학 상보성의 원리 불확실성
의 원리 등 현대물리학이 도교 불교 유교 힌두교 등 동양의 전통종교와
사상에 연원하고 있다는 사실들을 확인시키면서 우리나라의 지성인들에게
새로운 자연관과 가치관을 소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김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은 ''칸트의 자연과 자유에 관한 연구''이며 ''철학
사상의 한국적 조명'' ''정의의 철학'' 등 저서와 ''선과 정신분석'' ''독심술''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등의 역서가 있다.

김교수는 동국대 부총장등 행정적인 업무도 맡은바 있지만 인하대 서강대
등에서 과학철학과 인식론 등을 강의하다가 한국철학회 회장, 한국주역학회
회장 등을 맡아 주로 순수 학회활동에 역점을 두었으며 현재 한국불교발전
연구원장직을 맡고 있다.

김교수를 만나 혼란해지고 있는 오늘날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성장 방안을 경청해 보았다.


-지난 한해는 삼풍백화점사건을 비롯해 대구 지하철공사장가스폭발사건
전직대통령뇌물사건등 각종 대형 사고.사건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고속경제성장에만 치우쳐온
때문이라는 반성의 소리가 높지 않습니까.

<>김교수 =물질과 정신의 조화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경제수준이 교역량으로보면 세계11위라는 경제대국에 진입하고
있지만 사회복지적인 수준은 1백위에도 못미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는 나라전체의 경제성장도 한계가
있습니다.

성장의 열매가 어느 특정인에게 치우쳐 부익부 빈익빈으로 격차가 발생해
서로가 남남으로 생각하거나 심하면 대립관계로 변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 가지고서야 어찌 국가경제 전체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높은 성장과 생산성의 장점도 인간과 인간간의
연민의 감각이 밑받침될때 가능합니다.

자본주의의 취약점인 부패와 타락이 판을 치면 자본주의 자체의 존립마저
무너져내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고도성장과정에서 사라져간 도덕적 가치관의 재정립이
이루어 질때 비로소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가능한 것입니다.

경제를 논함에 있어서도 의식적 정신적인 분야의 발전을 조화롭게 진전
시키려는 자세가 시급합니다.


-개인간의 인간적 연민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조화로운 발전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김교수 =물론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대기업을
국가차원에서 육성, 이들을 통해 세계 기업과의 경쟁에 대처하도록
해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규모의 대기업이 탄생했습니다.

이로인해 국가 경쟁력은 강화됐다고 볼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자립해나가려고 해도 대기업의 위세에 눌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에선 수시로 중소기업지원 육성대책을 발표해오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인 것 같습니다.

최근 중소기업의 수많은 도산이 그 반증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중소기업 대기업간의 경쟁과 갈등구조를 조정하는 데 주력
해야 할 것입니다.

대기업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도 중소기업의 견실한 성장이 뒷받침돼야
상호의존 관계가 성립될수 있습니다.


-기업간의 경쟁은 때로 원가절감과 가격인하등을 실현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지 않습니까.

<>김교수 =물론 선의의 경쟁은 도움을 줄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과 기업간의 유기적 상호의존 관계를 도외시한 끝없는 성장
욕구는 과잉생산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덤핑이 난무하고 일부에서는 이른바 가격파괴라는 현상을
초래합니다.

가격파괴가 단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과소비를 촉진해 대량폐기물이 발생해 자연환경을
파괴할뿐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지구촌의 자원낭비를 가져올수 있습니다.

아무리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낭비는 미덕이 될수 없습니다.

지금 아프리카의 빈국에서는 식량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공감하고 그들과 아픔을 같이 하겠다는 인류적 연민감
없이는 진정한 세계화는 이루어 질수 없습니다.

기업간 경쟁을 통한 성장을 추구함에 있어 정부의 조정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있겠습니다.


-성장과 대량생산이 좋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김교수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부존자원의 한계를 넘어선 과잉생산, 수요를 넘어선 과잉판매가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자동차의 경우 수요와 도로여건을 넘어선 과잉생산
입니다.

도로가 주차장화되어 자동차가 속도를 내지 못해 자동차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있고, 이들이 정차중에 내뿜는 가스는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마이카는 이상적인 소유형태가 아닙니다.

차라리 렌털시스템을 도입해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활용할수 있도록하는
의식전환이 필요합니다.


-국내시장만 봐서 그렇지 세계화를 지향하는 마당에는 대량생산체제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김교수 =나라 안으로 보아서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되고 세계적으로
보면 타민족 타국민이 남이 아니라는 인류공동체가 유기적 관계라는 사실을
체감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세계화가 불가능합니다.

자원은 유한합니다.

국경선에 입각한 공간적 의미의 국가단위로만 생각할 수없는게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세계화의 큰 물결 속에서 자칫하면 지역특성이나 개별특성이 상실
됨으로써 세계화의 주체의식마저 사라질 우려도 있지 않습니까.

<>김교수 =그것은 세계화를 잘못 해석하는데서 오는 우려라고 생각됩니다.

지구적 차원에서 생각하고 행동은 지방화시대에 맞게 행동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날 정보통신 수단의 발달로 이제 더이상 지역국가 단위의 폐쇄성은
존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별 지역간의 세포가 살아 있을때 지구 전체가 복합된 유기적
생명체로서 살아갈 수있습니다.


-정보화의 물결이 인간의 가치판단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수
있겠지요.

<> 김교수 =정보화를 실현시키는데는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발전이 커다란
촉매제가 됐다고 볼수 있습니다.

이 통신매체는 지구촌의 움직임을 사건현장에 있는 사람과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고 이 결과 이 지구촌에는 나말고 다른 사람이
있으며 그들 각자에게 고유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즉 자기에게 예속된 문화만이 특별히 우수하다든가 열등한게 아니라 다른
문화도 나름대로의 존재양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로인해 친구가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양자택일적인 이가논리가 아니라
다양화 다가치화 다원화된 가치관을 가질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신매체가 다원화된 세계를 보여준 반면에 대중매체의 발달은
오히려 개성의 상실을 초래한 면도 있습니다.

특히 고급문화를 대중매체를 통해 억지로 확산시킴으로서 고급문화가
갖고 있는 차별성이 사라져 문화적 타락현상을 빚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중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노래방이나 스포츠 관광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고 이 것이 대중매체를
통해 지구촌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인간개성이 획일화되고 몰개성화 되는 기분풀이식 이벤트로
전락하는 것도 우려할 일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김교수 =정보화의 물결이나 과학기술의 발전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시스템사이바나틱스를 통한 기계재와
유기재와의 통합, 새로운 대체에너지의 창출, 자연과 인간과의 공생
지구촌적인 과제를 잊지 말고 경제성장이나 과학기술의 발전을 꾀하려는
주체적 인격확립에 노력해야 될 것입니다.

[[ 대담 = 김대곤 뉴스속보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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