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달사이 각종 경제활동 지표추이를 둘러싸고 경기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논쟁의 요지는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접어들어 있는가,
아니면 정점에서 고원상태를 지속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체로 정부와 관변연구기관쪽에선 현재 고원상태에 있으며 내년이후에도
연착륙이 예견된다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반면 민간 연구기관들과 업계는 이미 하강기에 들어섰고 급강하가 예상
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통계청은 현재의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올 3.4
분기까지의 과열성장에서 적정성장 수준으로 경기가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
한다.

아직 정점을 지났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앞으로 고원경기를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는 견해다.

이같은 통계청의 견해는 11월중 산업생산 증가율 7.9%는 경제성장율로
환산할 경우 7.8-8% 성장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라는데
근거한다.

이와 관련, 조휘갑통계조사국장은 "생산 출하 소비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플러스''이며 제조업가동률이 최근 계속 80%를 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의 경기상태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높아지고 있고 선행지수도 10~11월에 0.5~0.6%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음을
지적했다.

이에 반해 민간업계와 민간연구소들의 견해는 다르다.

생산및 소비문화와 함께 재고 증가율이 10,11월중 계속 13%를 넘어서
상반기(6.7%)의 2배에 달하고 있음을 든다.

국내기계수주 증가율이 상반기 35.6%에서 10월에는 6.6%, 11월 2.2%로
급격히 둔화되는 등 설비투자위축도 완연하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11월중 무역수지가 올들어 처음으로 1억9천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는데 바로 자본재 수입둔화의 결과이기도 했다.

이와함께 지난해 연간 0.17%였던 어음부도율이 지난 5월이후 계속 0.2%대를
넘고 있는 현상도 경기하강의 징후라는 것이다.

사실 경기가 하강기인지 고원상태인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하는게 사실
이다.

조정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각차다.

현 상황을 보는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대응/처방도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금대로라면 현장에선 적극적인 경기지지책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반면
정부는 미온적으로 나올게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총선과 시장개방 등으로 경제운영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이 서로 삿대질만 하고 있을 경우 내년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수밖에 없다는게 경제계의 우려다.

우선 가시적으로 확인된 양극화문제부터 손에 잡히는 대책을 써 해소
시키는 등 ''실천''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