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동쪽으로 40여km 가량 떨어진 방플리공단.

낯선 이국땅에서 한국식 생산혁명의 기치를 내건 한화종합화학 태국
현지법인 HCT가위치한 곳이다.

PVC 바닥재및 쿠션시트류를 생산하는 이 공장의 "생산혁명이데올로기"는
완벽한 현지화.

"태국인의 문화적 특성에 한국식 경영을 접목하자는 것이다"(최욱락사장).

HCT는 태국인 종업원을 작업에 있어서 전투적인 "한국형 근로자"로
변모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방법은 현지인들의 참여확대다.

태국인 종업원들로 구성된 "청년중역회의"가 대표적 예다.

"청년중역회의"는 현지인 총무과장을 중심으로 각 라인을 대표하는
종업원6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장내 "엘리트군단"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은 매월한차례 모임을
갖고 설비개선에서부터 현장의 불만사항까지 다양한 의견을 모은다.

토론결과는 여과없이 사장에게 직보된다.

또 제기된 불만사항은 반드시 개선하고 결과를 통보한다.

"청년중역회의"의 멤버 두사람이 태국인으로서 총무과장과 생산과장등
관리직에 임명됐다.

태국인을 중간관리자로 기용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철저하게 태국인의 손에 의해 가동되는 공장을 만들자는 것.

한국 종업원을 단계적으로 줄여빈 자리를 현지인으로 채웠다.

이미 기능직 사원의 경우 1백% 현지화가 달성됐다.

초창기 10명이던 한국인 기능직사원들이 현재 모두 태국인으로 바뀐것.

공장을 통틀어 1백45명의 종업원 가운데 한국인이라곤 사장을 포함해
4명뿐이다.

공장측은 앞으로 사장까지 현지인을 발탁한다는 철두철미한 현지화구상도
하고 있다.

HCT는 관리자의 물망에 오른 태국인에 대해 한국에서 1년간 연수교육을
받도록 한다.

한국문화와 언어를 습득시켜 현지화의 선봉장으로 삼는다는 계산에서다.

"한국"을 경험한 이들은 한국인 근로자와 태국인 종업원 사이에서
의사소통의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지인을 중간관리자로 임명함에 따라 한국인 관리자의 인원이 줄어
인건비절감효과도 크게 보고 있다.

태국인 근로자의 경우 한국인력의 5분의 1정도의임금을 받기 때문에
한국인력 1명이 줄면 태국인 5명을 채용할 수 있다.

하지만 HCT의 현지화 전략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현지인 근로자의 잦은 이직이 골칫거리였다.

"인력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현지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한 최상의
복지정책을 내세웠다"(최승호관리부장).

현지업체와의 철저한 차별화를 통해 "현지인 붙들기"를 시도한 것이다.

높은 임금지급은 물론 야외식당과 탈의실.샤워실을 갖추었다.

또 현지인 종업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장 한켠에 잔디 축구장도
조성했다.

차별화된 복지정책의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현지인들은 HCT가 다른 나라기업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 회사"라는
마인드를 갖게 된 것.

공장측은 한걸음 더나아가 첨단설비를 들여와 근로자의 작업을 쉽게
하고 첨단기술의 습득도 지원했다.

기존 반제품을 공장바닥에 쌓아두던 것을 반자동 받침대를 설치,
취급상의 파손을 없애고 작업능률을 끌어올렸다.

원료혼합과정에서 사람에 의한 수동작업을 개선, 반자동 원료혼합기도
들여왔다.

또 완제품을 포장하는 자동제품 포장기를 만들어 제품포장 시간을
크게 줄이고 불필요한 인력낭비를 없앴다.

이밖에 제품에 무늬를 넣는 잉크자동공급및 재순환시스템을 도입해
균일한 색상유지를 꾀했다.

작업도중 발생하는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첨단 "미스트 컬렉터
(집진기)"를 설치하는 배려도 뒤따랐다.

HCT는 태국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채용광고를 내면 평균 10대 1정도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것도
현지인들에게 HCT의인기가 "상한가"라는 것을 말해준다.

한화종합화학의 테스트 컴퍼니인 HCT는 지금까지의 현지화 성과를
바탕으로 태국에서 현지인의 손에 의한 생산혁명의 바람을 더욱 세차게
일으켜나가겠다는 생각이다.

< 방콕=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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