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합주가지수가 연초보다 130포인트 이상 떨어진 882.94를 기록하며
올해 증시는 장을 마감했다.

연초에는 종합주가지수가 네자리 수를 굳히리라는 기대를 모으며 출발
했지만 한해내내 계속된 경기논쟁과 잇따라 터진 대형 장외 악재들로 기를
펴지 못한채 시달릴대로 시달린 한해였다.

이처럼 증시 장세가 나쁜 가운데에서도 직접금융으로 지난해보다 14.3%나
많은 29조7,200억원을 조달했으며 이 중에서 회사채발행이 80%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올해 증시는 경기호황과 낮은 시중금리등 경제여건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맥을 못춰 주목을 받았으며 일부 종목의 주가만 상승세를
보인 극심한 주가차별화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터진 노태우씨 비자금파문과 잇따른 정국불안은 증시전체를
짓눌러 우리 증시의 취약한 기반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먼저 경기과열 여부와 경기진정책의 필요성, 경기정점이 언제냐는 논쟁,
내년경기의 연착륙가능성등 경기논쟁은 증시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경기논쟁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친 까닭은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일부 중화학 업종만 호황을 누렸을뿐 대부분의 내수업종과 경공업부문은
상대적으로 소외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가도 경기양극화를 반영해 보험 정보통신 반도체등 일부 종목들만
많이 올랐을 뿐 은행 건설 무역등 이른바 대중주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주식
들이 상당한 하락을 면치 못했다.

설비투자 둔화로 자금수요가 줄어 시중금리가 떨어지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의 시행을 앞둔 자금유입의 예상으로 주가회복이 기대됐으나 이같은 상황
에서 실제로는 효과가 없었다.

또 한가지는 올해 7월에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상장주식 종목당 12%에서
15%로 확대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이로써 주식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등 합리적인 주식투자 행태가 확산되는
장점도 있었지만 해외 증시동향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지나치게
과민반응하는 단점도 드러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크게 부각된 문제는 우리증시의 비효율성과 불안정이다.

증권당국은 내부자거래의 단속을 강화하고 불성실공시 기업에 대해서는
엄중처벌하겠다고 경고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으며 크고 작은 주가조작과
이에 대한 조사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이로 인해 수백건의 분쟁과 민원사건이 발생했으며 심지어는 증권회사
직원이 살해당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지난 4월부터 주가변동폭이 상하 6%로 확대되고 7월부터는 당일 반대매매가
허용됨에 따라 정보이용효율이 높아지는등 긍정적인 제도정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양상에 압도된 감이 없지 않다.

또한 증안기금의 주식매수, 기업공개및 증자물량의 축소, 기관투자가의
주식매수 우위요구 등을 내용으로 하는 "5.27 증시안정대책"을 비롯한
정부의 증시개입도 우리증시의 취약성과 후진성을 드러낸 대목이다.

우울하게 마감된 95년 증시가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새출발을 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