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만능시대에 인간의 욕구충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경제이론속에
과연 윤리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새롭게 제기된다.

경제는 산업혁명이후 급격한 사회변화를 초래하면서 가치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농경사회에서 인정되던 전통적인 가치관들이 붕괴되고 급변하는
상황에서 절대적 가치관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발생한다.

최저비용으로 최대생산의 방법을 모색하는 경제학은 효율성 추구를
경제원칙으로 이해하고 있다.

또 경제인은 목적달성을 위한 합리적 행위를 윤리적 행위로 보고 있다.

현대의 경제윤리는 인간으로 하여금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 행동을
요구하는데 완벽한 도덕적 행동을 위해서는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양심이다.

첫째 자유는 경제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자유가 없으면 인간욕구는 다양해질수 없으며 시장경제도 활성화될
수 없다.

만약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합리적인 방안 모색이 어려워진다.

여기에서 자유는 도덕관 내지는 가치관의 자유도 포함된다.

경제발전의 전제조건으로 경제발전학자 로스토( Rostow )는 가치관의
변화를 지적한다.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인의 가치관이
산업사회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경제윤리와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두번째 조건은 인간의 양심이다.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는 경제행위의 동기로 이기심을 내세우고
있다.

이기심은 자기 자신에대한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서도 우선
먼저 실행해야하는 강령이다.

이기심은 인간욕구를 다양하게 다방면으로 표출시킨다.

이기심이 사회에 유익하게 작용하려면 인간은 양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만약 인간이 양심을 상실하게 되면 이기심은 사회를 의식하지 않는
탈법적인 행동들을 유발하며 사회에 이익이 아니라 악을 가져오게 된다.

스미스에 따르면 경제행위의 원동력이 사심이 아니라 이기심을 바탕으로
하기 위해서는 인간 각자가 스스로의 양심을 항상 인정하고 보살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건전한 양심을 바탕으로 타인의 행위를 심판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각 개인은 타인들의 양심적 심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합리성을 강조하는 경제윤리속에는 인간의 양심과 자유가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

양심이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라면 자유는 인간의 권리를 보장한다.

양심과 자유는 경제인이 갖추어야할 양면적 성격으로 둘중 하나에
너무 치중하면 불균형이 초래되며 이는 사회에서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지금까지의 경제문제들은 이 둘의 조화가 깨지면서
발생했다.

예로서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들이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근거의
핵심은 바로 자본가라는 기업인이 인간의 양심을 저버리고 오로지 이윤만을
극대화시키려는 자유주의자의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또 케인즈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를 국가가 개입해서 해결할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국가를 하나의 양심적 집단의 표본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가가 양심을 저버리고 집권만을 위한 특수정당의 정부로 변화될 때는
케인즈의 경제이론도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그러나 현대 경제학의 추세는 경제윤리속에 내재된 인간의 양심은
경시하고 효율성 측면에서 합리적 방안만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도덕적
타락을 방치하고 있다.

특히 자유를 추구하면서 나타나는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거부는 모든
일반적 가치관에 대한 거부로 확산되면서 도덕적 행위의 경멸과 양심의
포기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자유라는 관점에서 마약이나 성적 타락등 많은 사회악들이
판단과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가 동시에 가치관이 필요없는 사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반적 도덕개념이 상실되어가는 상태다.

인간이 소유한 양심을 경시하고 포기하는 사태는 경제윤리에서 합리성을
바탕으로 비도덕적 행위를 권장하는 비참한 모습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합리적 행동만을 모델분석적으로 다루는 현대 경제학은 급기야
탈세의 경제학, 범죄의 경제학을 제시하면서 탈세와 탈법행위를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기회주의적이어야 할 경제인은 자기 행위가 적발되어 벌과금을 무는
경우와 적발되지 않고 탈법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경우를 잘 비교 계산하여
이익이 많은 쪽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를 비약시키면 적발되지 않을 수 있는 탈법적 행동은 경제윤리측면에서
항상 허용된다는 것이다.

결국 합리성을 도덕성으로 이해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법을 어기더라도
완벽한 범죄를 하면 도덕적으로 허용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현대
경제윤리를 바탕으로 용납되어진다.

양심을 경시하는 현대 경제윤리는 반쪽 진리만을 취하면서 불안정한
사회를 스스로 조성해나가고 있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이러한 변화가 한 개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 사회에서 일반적인 추세로 인정되고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윤리란 건전한 인간관계 형성을 위하여 필요한 것으로 양심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윤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균형속에서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 건전한 경제윤리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개인이 건전한 양심을 소유하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서 균형을 추구하고 사회변화에 대한 건전한 판단을 할수 있어야한다.

앞으로 현대 경제이론에서 추구하는 합리성을 바탕으로한 비양심적
행위에 대한 권장은 경제윤리측면에서 비판되어야 한다.

특히 개인주의가 허용하는 이기적 행위는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