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외 직접투자규모가 실행액 기준으로 올해안에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1월말까지 해외 직접투자액은 27억
1,000만달러로 작년동기보다 36.5%가 늘어나 투자잔액이 99억5,600만달러에
이르렀으며 이달중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우리기업의 해외투자가 시작된후 27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이 걸린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투자속도나 규모를 보아 우리가 해외 투자대국이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우리의 해외투자는 아직도 전체의 66.2%(금액기준)가 아시아지역에
편중돼 있는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최근 전자업체들의 해외투자에서
보듯 기술선진국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수 없다.

우리기업의 해외투자를 국내 산업의 공동화와 고용문제, 대외 채무문제
등과 관련지어 다소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는
무한경쟁시대의 경쟁원리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오늘날과 같은 무국경 시대에는 상품뿐 아니라 자본도 자유로이 이동하게
된다.

기업으로서는 지구촌 어디든 기업하기 가장 유리한 곳을 찾아나서게 마련
이고 각국은 고용과 소득창출을 위해 경쟁적으로 외국인 투자유치노력을
벌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기업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해외로 눈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

지난 68년부터 해외투자를 시작했다고는 하나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투자액이 10억달러를 넘지 못했었다.

그랬던 것이 최근 국제 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우리기업의 해외투자
마인드도 급변하게 된 것이다.

한 예로 이달초 현대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13억달러규모의 미국내
반도체공장 설립허가를 받아낸 것은 지금까지 대부분 소규모였던 해외투자가
대규모로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할수 있다.

반도체산업이 국내 산업중 해외투자가 가장 활발하다고는 하나 아직 해외
생산규모가 국내 전체생산의 10%에도 못미치는 현실이다.

이렇게 볼때 우리기업의 해외투자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최근들어 비자금파문으로 기업의 투자의욕이 다소 위축되긴 했지만 우리
기업이 추구하는 세계화는 어떠한 이유로도 늦출수 없다.

해외 투자는 무역마찰을 피하고 첨단기술습득과 시장접근 기회를 제공하는
등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주요 수단이 되므로 적극 권장해 마땅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정부가 지난 10월 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활시킨
"해외투자시 자기자금조달 의무규정"등 각종 규제를 하루속히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해외투자에 얼마간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해도 기업 스스로의 판단으로
투자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민간기업주의의 기본정신은 어떤 경우에도
존중돼야 한다.

정부가 입버릇처럼 되뇌는 투자환경 개선노력에는 외국인투자 뿐 아니라
국내기업의 해외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