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표적인 전자상가로 부상해온 용산전자상가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E마트 킴스클럽등 할인점이 늘어나고 전자업계가 유통시장개방에 대비,
판매망강화에 주력하고 있는반면 용산상가는 정부의 무자료거래 단속강화로
오히려 제품가격이 상승, 가격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 나진상가의 김준원상우회장은 "90년대초만 해도 용산상가의 가전제품
이 일반대리점에 비해 30%정도 쌌지만 이제는 가격차가 10%선으로 좁혀져
가격이 저렴한 메리트를 상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TV의 경우 LG전자 CNR-2995P 모델이 용산에서 1백2만5천원,
킴스클럽 1백4만7천원, 대리점 1백12만원, 롯데백화점 1백22만9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삼성전자 세탁기 SEW-10G는 용산 65만원, 킴스클럽 67만1천원, 대리점
72만원, 롯데백화점 78만8천원에 팔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종전에 카드이용이 어렵고 호객바가지행위가 있는데도 대리점
이나 백화점에 비해 값이 싸다는 이점때문에 용산상가를 애용했다.

그러나 할인점등 다른 점포와의 가격차가 줄어들자 소비자들이 용산상가를
굳이 찾으려하지않는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전자랜드의 조성제씨는 "일부 백화점이나 할인점들이 대표적인 몇개
제품을 정해 용산상가보다 더 싸게 파는 전략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직 용산상가의 제품값이 제일 싸지 않느냐는
주장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용산상가는 올들어 시장경기가 급속히 악화된 요인외에도 이같이 가격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진데 따른 어려움으로 매출이 격감, 3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효상가의 한 관계자는 "용산일대 고객이 지난해보다 30%이상 줄고 있다"
고 푸념했다.

용산상가는 할인점뿐 아니라 가전메이커의 대리점과도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가전3사들이 내년 유통시장개방에 따라 외국계 가전업체들이 대거 몰려올
것에 대비, 대리점을 대형화하고 수를 늘리는등 각종 지원책을 펴고 있다.

이밖에 오는 98년까지 서울지역에 테크노마트21 서부전자월드 국제전자
센터등 초대형전자상가가 속속 들어설 예정으로 있어 상권분산에 따른
입지축소와 상권간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용산상가 상인들은 이러한 구조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고객
서비스 향상등 비가격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터미널전자쇼핑의 김태성 상우회장은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만큼 상가내
호객. 바가지행위를 뿌리뽑고 애프터서비스와 배달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며 "공동구매등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산전자상가가 유통시장의 격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을 모으고있다.

< 장규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