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에게 사람다루는 일만큼 중요한 건 없다.

든든한 자금력을 갖추고 마케팅에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더라도 사람
다루는데 실패하면 기업경영을 망치기 십상이다.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한 경쟁수단인 서비스업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미국 최대의 항공회사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도널드 카티 사장(49)이
90년대초의 경영부진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면 사람다루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국제항공사들간의 요금할인경쟁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해 지난 90년부터 93년까지 4년 연속 적자에 허덕였다.

요금할인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해선 무엇보다 인건비와 관리비를 줄이는게
급선무였으나 막강한 노동조합에 발목을 잡힌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속수무책이었다.

조직슬림화나 임금동결 같은 조치는 2만8,000여명에 이르는 노동조합원들의
단합된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대형항공사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것을 보고 아메리칸
에어라인 경영진들은 93년초 비상경영혁신안을 짜고 대대적인 수술에
나섰다.

종업원들의 신분에는 흠집을 내지 않는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 경영
혁신안은 쉽게 관철되지 않았다.

이때 경영기획담당이었던 도널드 카티 수석부사장이 종업원 설득작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근사근하면서도 송곳같은 논리로 접근하는 카티부사장에게 위세당당한
노동조합은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저돌적인 성향의 로버트 크랜덜회장은 "카티의 탁월한 친화력과 협상력이
없었다면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경영정상화는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카티부사장은 공항서비스사업 예약서비스업 등 신규부대수익사업을 강화
하는 과정에서 협력사나 거래처와 협상하는데도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얼굴로
나서 돋보이는 능력을 발휘했다.

어수룩한 외모에다 숨김없이 직설적으로 말하는 태도 때문에 첫대면에서
녹녹한 사람으로 보다가도 막상 결과가 나오고 나서는 혀를 내두르는게
카티부사장과 상대해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모습이다.

93년에 시작된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경영혁신조치는 결국 결실을 거둬
지난해 3억4,300만달러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에는 5억8,000만
달러로 흑자폭이 늘어날 전망이다.

카티부사장은 경영혁신에 가장 큰 공로를 세운 것으로 평가돼 지난3월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캐나다 출신인 카티사장은 6형제의 대가족에서 자라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선척적으로 좋아한다.

그의 대학(퀸스대)과 대학원(하버드대)동료들은 "책을 파고들어야 할 시간
에 파티에 참석하거나 데이트를 즐기는 인물"로 카티사장의 학창시절을
회고한다.

카티사장은 로버트 크랜덜회장으로부터 사실상 경영권을 넘겨받은뒤 노동
조합과 함께 새로운 경영혁신안을 이끌어냈다.

지난 10월 마련된 이 경영혁신안의 명칭은 "돌파구"이다.

이방안은 정상경영체제를 어떻게 찾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최적경영
체제를 구축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해결의 돌파구는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앉아 부대끼는
가운데서 나온다"고 강조하는 카티사장은 "새로 마련한 경영혁신안이 성공을
거두면 연간 1억달러의 수익개선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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