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15일 하오 이수성 서울대총장을 신임 총리로 내정, 국회에
동의요청했다.

국회는 16일 본회의를 열어 이를 처리할 예정인데 인준동의에 별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윤여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총장의 총리내정을 발표
하면서 그가 덕망이 높은 인물로서 총리라는 중요한 소임수행에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들리는 바로는 김대통령의 제의를 지난4일 청와대 오찬회동때 처음 접했을
당시 이총장은 고사했으나 완강한 요청에 못이겨 결국 받아 들였다고 한다.

그가 국무총리로 적합한 인물이냐 아니냐는 지금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선거를 통해 총장에 취임했고 아직도 임기를 많이 남겨두고 있는 인사를
굳이 총리자리에 기용해야 하느냐는 점과 평생을 상아탑에서 보낸 학자출신
이라는 점에 이견을 달 사람도 있겠지만 그의 능력이나 인품은 총리로서
손색이 없다고 본다.

그의 총리 내정은 본인에 관한 것보다 금후의 정국전개및 국정운영과 관련
해서 중요한 시사를 준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제의 신임총리 내정발표는 어찌보면 지난달 24일의 5.18특별법 제정지시
에 버금갈 만큼 의표를 찌른 행보였다.

정기국회 폐회전 개각설이 유력했었지만 최근 며칠 사이에는 월말, 심지어
새해초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었다.

김대통령은 결국 항간의 예상을 깨고 일찌감치,그것도 보기에 따라서는
의외라고 할 인물을 총리로 지명했는데 이는 두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첫째는 비자금 사건과 5.18특별법 관련 두 전직 대통령사건을 가급적
조기에,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연말안에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태우씨의 첫 공판이 오는 18일, 전두환씨의 기소가 22일로 각각 예정되어
있는 만큼 사실상 사건은 모두 법원으로 넘어갈 순간에 와 있다.

더이상 행정부가 그 일에 매달리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된다.

특히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한시바삐 분위기를 정상으로 돌려 정계는 내년 총선준비, 기업인은 새해
사업계획, 일반국민은 또 나름대로 살아갈 궁리에 몰두해야 할 순간이다.

둘째는 곧이어 단행될 개각의 폭이 상당히 클 것이라는 점이다.

내년봄 총선을 치를 선거 내각이어야 하는 점과 김대통령의 집권후반기
개혁을 완성해야할 책임을 진 내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시기도 앞당겨지게 됐다.

이미 많은 출마예상자들이 장관직을 물러나야 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장관뿐 아니라 차관급이하 공직자중에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정부행정경험이 없는 이총리의 기용은 결국 전문적인 인물들을 대거 장관에
기용하고 장관책임하에 소관 업무를 꾸려나가게 할것 같다.

그리고 물론 청와대비서실의 개편도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개편이 불가피한 여당과 내각.

그리고 청와대가 여하히 조화를 이루고 야권과의 갈등도 피하면서 경제와
민생을 안정되게 이끌어갈 것이냐가 관심거리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