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은 사회개혁 정치개혁 행정개혁 경영개혁등
4가지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회개혁은 보다 건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사회가 건전하지 못하면 일하는 정신은 약화되고 경제는 활력을 잃게된다.

정치적 부패가 나라를 그르친 예로 필리핀을 들 수 있다.

마르코스 집권 20여년동안 그 일당들은 부정축재에 바빴고 필리핀 경제는
발전을 하지 못했다.

필리핀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하면 70년에는 800달러로 두나라가
거의 같았으나 90년에는 한국이 6,000달러인데 반하여 필리핀은 800달러
그대로 였다.

이것은 바로 마르코스 정부의 부패에 기인한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사회는 건전하다.

싱가포르가 지금 일인당 소득이 2만달러에 가까운 선진국수준으로 발전한
것은 "부정부패방지법"을 통한 깨끗한 정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정치가 부패했다고 하지만 일본이 그래도 경제대국으로 발전해온
것은 검찰 국세청 공무원이 깨끗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사건은 모든것을 공개하고 우리에게 만연된 부패구조의 뿌리를
뽑는다는 원칙에서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나라를 바로 세울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다.

몇몇 정치가가 살고 죽는 것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조기 마무리로 비자금파장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시적인 경제의 주름살 때문에 이번사건을 적당히 처리
한다면 국가 백년대계를 그르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지금 정부가 내걸고 있는 중단없는 개혁에는 국민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참여에는 신뢰가 기본이고 신뢰는 정보를 완전히 공개할때 가능 한 것이다.

이번 비자금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가 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 없는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나아가서 우리의 개혁이 성공
할수 있는가 없는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떤 정치적 타협도 있을수 없다"는 대통령의 말에 기대를 걸고 싶다.

이번사건은 검찰이 법에따라 공정하게 처리 해야 하겠지만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내 모든 인생을 프랑스에 어떤 이상을 심는가에 바쳤다"고 말했던
드골은 재직중 단 한건의 부정부패 스캔들이 없었고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두번이나 국민투표에 붙여 받아들여지지 않았을때 대통령직을 떠나는
소신을 보여 주었다.

정치개혁은 돈 안드는 선거로 보다 수준높은 정치가를 선택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수를 줄여 경쟁을 심화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볼수도 있다.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서는 선거법도 중요하지만 우선 돈을 쓸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도를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대선거구로 국회의원을 뽑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하다.

도 전체를 대상으로 돈을 뿌릴 수는 없을 것이므로 돈이 안드는 선거가
가능해 질 것이다.

이것은 과거 60년대 참의원 선거에서 우리가 경험 한 것이다.

이렇게 돈 안드는 선거가 될때 수준높은 정치가가 출마할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될 것이다.

또한 광역선거구를 택하면 몸으로 때워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사람은 없어질
것이다.

지금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자 하면 선거구민의 길흉사에 참석해야 하고
인사청탁도 들어 주어야 하고 될수 있는대로 많은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뛰어다니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얼마전 어느 국회의원이 차기출마를 포기했지만 그 이유중에는 이렇게
몸으로 때우지 않으면 안되는 정치현실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광역선거구로 하면 지역연고권이 약화되므로 "이 지역으로 고속전철이
통과하게 해 달라" "이 지역에 다리를 놓아달라"와 같은 문제는 줄어들고
그 지역의 대표로서 외교문제 안보문제 세제 통화 산업구조와 같은 보다
대국적인 문제를 다루고 연구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보낼수 있을 것이다.

행정개혁은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통해서 기업의 자율경영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기업경영은 기업인에게 맡긴다는 "간섭하지
않는 정부"를 지향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공무원이 수행하는 일의 내용이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인허가 또는 조세및 금융지원에 중점을 두는 단기적 업무가 아니라 한
산업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함으로써 장기적인
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간 네트워트를 촉진시키는 제도적장치를 마련
하는등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는 하부구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행정개혁이 보다 깨끗한 정부를 만들고 나아가서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게
될 것이다.

이번 비자금 사건도 정부의 규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보면 그 차이가 정부가 자율과 경쟁에 기초를
두고 운영하는가 규제와 보호에 기초를 두고 운영하는가 하는 것이다.

자율과 경쟁에 기초를 두고 운영될 때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산업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미국이 영화 병원 호텔 정보통신등 미래 3차산업에서 세계적으로 독점
하다시피 하는 것은 미국경제가 자율과 경쟁에 기초한 자유시장기구에 의해
우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벤쳐산업에 우수한 인력과 자금이 쉽게 모여들어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규제와 보호로는 경쟁력이 나올 수 없다.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기구를 활성화 시킨다는 사고의 일대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경제운용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세상은 산업화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경제운용방식
은 과거와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고 하는 것이 기업경영을 하고 있는 사람들
의 일반적 인식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많은 기능으로 분화되고
계층으로 중첨되어 자율성을 행사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경영의 요체는 자율과 평가이다.

자율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제대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목표관리제도에 의해서 종업원 개개인의
개인 목표를 설정하고 설정된 목표에 비추어서 평가를 해야 보다 객관적일
수 있다.

국가의 경쟁력은 경제주체인 조직의 경쟁력의 합이다.

우리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에 대해서도 평가지표를 개발하여 평가해
나감으로써 기업과 정부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비자금 사건에 집중된 국민들의 관심과 열정을 사회 정치 행정 경영등
전반적 개혁으로 마무리 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