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평가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의 현주소를 가늠케 해주는 객관적
이고 사실접근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과기처의 요청에 따라 OECD 조사단이 지난 7월 한국을 직접 방문해 조사-
분석-평가한 이 보고서는 다분히 한국의 과학기술 시장개방을 촉구하는
인상을 풍기는 면도 없지 않지만 21세기 "과학기술 입국"을 지향하는 우리
로서는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수준은 한마디로 "부끄럽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느낌이다.

우선 한국의 1인당 연구개발비는 170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400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인력자원 면에서도 자연과학계열보다 공학계열 인력이 적고 그나마 대학에
편중돼 있으며 경직된 입시제도로 젊은 세대의 창의성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수준으로는 OECD에 가입한다 해도 참다운 선진국 대우를 받을 수
없으며 세계 과학기술 대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도 없음은 물론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수준과 정책의 낙후성을 확인해주는 이 보고서를 접하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정책 과제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첫째 정책의 조정기능 강화가 시급하다.

과학기술관련 정부조직이 방만해 정책의 종합 조정기능이 떨어진다는 점은
전부터 누누이 지적돼온 사항이다.

과기처가 정부의 과학기술 지원활동을조정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실질적인 종합 조정기구인 재정경제원은 과학기술에 관한 전문성이
떨어져 제기능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각 부처의 중복된 기능을 조정하기 위해 청와대에 과학기술 전략
기구를 설치하고 관련부처를 과감히 통합하는 것이 좋다는 OECD 보고서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할 것이다.

둘째 기초과학에 대한 무관심이 결국 첨단 산업기술의 낙후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 연구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1인당 2만달러 미만으로 매우 적고 국제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도 선진국의 10분의1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초과학의 뒷받침 없이는 과학기술 선진국이 될수 없음은 상식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미디엄테크도,연계기술도 나오기 때문이다.

셋째 연구개발 프로그램및 기술 하부구조의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대다수의 연구 프로그램들이 제각각 따로 놀고 있으며 대덕연구단지가
다른 하부구조와 제대로 연계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기술지도 조직을 선진화시켜 하부조직까지 기술확산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기처가 지난해 9월 OECD 과학기술 정책위원회에 가입함으로써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이미 OECD 회원국이 된 셈이다.

우리가 앞으로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선진국대열에 진입하려면 이번 OECD의
평가를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 정책개선의 유용한 자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