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일 현대전자와 삼성전자의 미국내 반도체공장 설립을
허가한 것은 세계 반도체 경기전망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업계와
정부의 설비투자확대 의지가 확고함을 보여준 결정이라고 하겠다.

정부가 지난10월 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외 투자시 일정률의 자금조달
의무규정을 부활시킨 이후 처음 허가된 이들 두 회사의 해외투자는 현대가
13억2,400만달러, 삼성이 13억달러 규모로 각각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을 끈다.

이는 지금까지 대부분 소규모였던 우리기업의 해외투자가 대규모로 본격화
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인 동시에 우리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국제화-
세계화의 가시적 성과라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현대와 삼성의 미국내 반도체시설 투자계획은 최근의 "메릴린치 보고서
파문"을 계기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11월7일 미메릴린치 증권사는 현재의 폭발적인 세계 반도체경기가
과도한 설비투자로 97년 이후에는 공급과잉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 국내외
반도체 주가를 떨어뜨리는등 한때 소동을 일으켰었다.

하지만 지금은 2000년까지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론의 우세로 소동이
진정되는 분위기여서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우리는 이처럼 중요한 해외 투자결정이 비자금사건과 5.18정국의 혼미로
기업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내려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정국의 혼미에도 불구하고 기업활동은 의연하게 지속돼야 하며 우리
기업이 추구하는 세계화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늦출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
를 던진다.

국내 반도체업계가 일부의 반도체경기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 배증
계획을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로 한데는 나름대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본다.

국내 반도체 3사는 당초 올해 반도체분야 매출목표를 5조5,000억원,
순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잡았었으나 초호황에 따라 목표치를 모두 배정
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분석기관들의 예측을 종합해 볼때 이같은 호황은 최소 향후 3~5년간은
지속될 것이며 그후 설령 공급과잉이 빚어진다 해도 기술면에서 앞선 한국
보다는 대만등 후발국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다 국내 산업중 해외투자가 가장 활발하다는 반도체산업의 해외
생산규모가 국내 전체생산의 10%에도 못미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반도체업계의 해외공장 건설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
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는 무역마찰을 피하고 첨단기술 습득과 시장접근
기회를 제공하는등 기업경쟁력강화를 위한 주요 수단이 되므로 적극 권장해
마땅하다.

기업세계화지원 기획단이 조사한 국민총생산(GNP)대비 해외 생산비중
(94년)은 영.미.일등 선진국들이 각각 44%,23%,12%인데 비해 한국은 겨우
4%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이번 해외 반도체공장 설립허가를 계기로 해외투자시 자기자금조달
의무규정을 폐지하는등 보다 과감한 해외투자 촉진책을 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