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양(67) 전 소모방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섬유업계의 원로이며
산증인으로 꼽힌다.

일생을 섬유업계에 몸담아 외골인생을 살아왔다.

그는 서울공대 전신인 경성고등공업학교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56년 한국소모방협회 창설과 더불어 입사, 이곳에서 36년간을 일해왔다.

협회에서 과장 부장 상무 전무 부회장을 거쳐 회장까지 올랐다.

회장을 3대째 연임한후 지난 91년 후배에게 물려주었다.

박회장이 처음 섬유업계지원에 뛰어든 50년대만 해도 국내섬유업계는
이름그대로 황무지에 불과했다.

몇몇 안되는 섬유업체들이 있었으나 기술부족에 허덕였다.

박회장은 이들 섬유업계를 지원, 성장산업으로 일으키는데 청춘을
바치기로 했다.

당시로서는 고급엘리트엔지니어로서 업계 스카웃 제의가 많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섬유분야에만 헌신했다.

박회장은 지금도 노령임에도 불구 섬유산업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섬유신문사가 발간하는 "양모.모제품 용어사전"에 대표 집필자로
참여, 그가 쌓아온 노하우 및 지식을 다 쏟아 놓았다.

섬유업계의 숙원사업이었던 이사전은 이달 7일 인터콘티네탈호텔에서
출판기념식을 갖는다.

박회장을 용어사전을 집필했던 서대문 망원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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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용어사전의 발간을 축하 합니다.

섬유수출 4위의 대국이면서도 이분야 사전하나 없다는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읍니다.

후배들 보기도 미안하고...

또 이분야에 평생을 바친 사람으로서 일말의 책임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사전은 국제양모사무국(IWS)과 패션 분야에서 30년간 일해오신
공석붕씨(섬유제포기술사)와 공동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5년여에 걸쳐 자료수집과 집필을 했습니다.

이사전은 약 1만단어에 1천쪽 분량에 달하는 방대한 사전입니다.

당초에는 지난해에 출간 예정이었으나 자료수집이 어려웠고 나이를
먹다보니 모든것이 계획대로 안됐습니다.

허지만 최선을 다해 꾸몄기 때문에 업계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적잖은 연세이신데 어려운 일을 하신 것 같습니다.

주로 무슨 내용을 다루었습니까.

용어해설을 주로했고 중간중간에 제품에 대한 사진과 제직하는
방법 등을 실었습니다.

제직하는 방법에서는 기술적인 방법을 강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기술을 실었습니다.

외국서적을 뒤지느라고 밤을 새운 일도 허다했죠.

이책은 공대생과 연구소 관련업체들에게 유용하게 쓰일것입니다.


-소모방이란 용어가 일반인에게는 좀 생소한 단어 같은데.

섬유는 크게 자연섬유와 인조섬유로 나눌수 있습니다.

자연섬유는 식물성섬유와 동물성섬유로 구분되며 동물성섬유는
누에고치에서 뽑는 견사와 양털에서 뽑는 양모방으로 구분됩니다.

양모방은 굵은실을 만들어서 모포 융단 오버코트를 제직하는 방모방과
가는실을 뽑아 복지를 만드는 소모방으로 대별됩니다.

모방은 인류역사가 시작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추울때 보온성이 가장좋은 양의 털을 사용했으느까요.

지금도 소모방은 최고의 복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다소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 섬유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도 약20%에 달합니다.

생활이 고급화되면 수요는 늘어납니다.

양모의 가장큰 장점은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지요.

여기에다 화학섬유에 비해 잘타지않는 불연성을 갖고있고 인체에
치명적인 맹독성 가스를 분출하지 않습니다.

요즘 화재사고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있는데 카펫트 등을 방모방
제품으로 대치하면 인명피해를 다소 줄일수 있다고 봅니다.


-56년 소모방협회가 창설될때 얘기좀 해주시지요.

당시 회원사는 제일모직 대명모방 전주방직 동양모방 마산방직 등
5개회원사였습니다.

5개회원사 대표들이 모여 우리나라 섬유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협회창설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을
초대회장으로 모시고 발족했습니다.

창설 당시 일반서민들은 대부분 미군 군복을 염색해 입었지요.

일반인에게 싼가격으로 복지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이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당시 정부는 소모방을 사치품으로 규정 육성을 오히려 저해했지요.

원모수입은 외화를 낭비한다고 외화를 배정하지 않았고 특히 모직물에
대해서는 특별소비세를 붙였습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죠.

그러나 영국 일본 등 섬유대국은 이분야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었습니다.

협회 창설만봐도 영국은 2백년이됐고 일본은 약1백년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나라보다 60년에서 1백40년이 뒤진것이지요.

그럼에도 섬유산업인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분야를 우리산업의
주력업종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섬유산업이 지금은 경공업으로 분류 좀 푸대접을 받는듯하지만 당시에는
으뜸 산업이었죠.

부가가치가 높고 제조업다운 제조업은 섬유공장이었습니다.

수출산업으로도 선두를 달렸지요.

66년도에는 단일 섬유 품목으로 처음으로 1억달러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섬유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온 한국경제의 어머니와 같은
산업입니다.


-섬유산업이 우리나라 경제건설의 초석이 되었다는 말씀이시군요.

섬유산업은 그동안 영과 욕을 교차해 온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심지어 사양산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양산업이라는 얘기는 천부당 만부당한 말입니다.

인류가 존재하는한 영원한 산업이며 인구및 소득증가에 따라 무한히
발전할수 있는 미래산업입니다.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됩니다.

사양산업이라는 얘기는 70년대중반 장예준 상공장관이 전체산업에서
섬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기 위해 처음 사용했습니다.

당시 부족한 자원을 중화학쪽으로 돌리기위한 의도적인 발언이었다고
봅니다.

당시 섬유산업은 전체 제조업에서 약20%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돼
있었습니다.

내외경제환경변화와 산업발전 단계상 경쟁력구조 변화가 시급한때
였습니다.

그후 80년대 후반들면서 높은 임금상승 원화 고평가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고 후발개도국의 급속한 추격으로 이들에게 기존의
시장을 잠식당하게 됐습니다.

또 정방기 등 섬유기계의 노후도가 높은데다가 기능인력의 부족으로
생산성이 뒤지고 품질이 저하되는 양상을 빚기도 했지요.

이에따라 일부학자와 일부업체에서는 사양산업이라는 주장을 거침없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들이 인식을 바꿀때 입니다.


-그래도 다른업종에 비해 섬유업체의 부침이 심했던 것은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기 때문은 아닌지요.

소모방협회 창설당시 회원사였던 기업이 지금은 없어진 기업도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생겨났다 없어지고 한것은 사실입니다.

허지만 이것은 최근의 섬유산업 성장속도가 다소 늦은데도 연유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영자의 탓으로 돌려야 합니다.

섬유산업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지요.

지난 여름 한일방직의 이은탁 사장이 23년간이나 해오던 면방공장을
폐쇄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적이 있습니다.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 지난 6월 정부는 끝나기로 돼있는 직물산업의 합리화업종지정
기간을 오는 97년말까지 재연장 했습니다.

무려 이업종에 대한 정부지원이 11년반이나 지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섬유업종은 업종특성상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 있지요.

업스트림에는 비교적 재정이 양호한 대기업들이 운영되고 있는 반면
다운스트림에는 재정면에서 취약한 중소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해마다 문을 닫고
종사자수도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섬유산업 육성은 물론 중소기업 보호라는 차원에서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차제에 정부는 섬유구조산업조정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를 유기적 협력관계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회장님 말씀은 섬유산업이 미래의 장미빛 산업임에도 불구 일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정부 업계모두 합심해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라는
말씀으로 이해가 됩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해주시지요.

WTO를 맞아 선진국과 완전경쟁을 해야되고 더욱이 시장은 하나가
됐습니다.

여기서 이길수있는 방법은 첨단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 승부를 거는
수밖에 도리가 없음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모두의 과감한 기술투자가 필요합니다.

우리속담에 뿌린것만큼 거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먼저 투자하고 결과를 얘기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이제 섬유산업은 소재산업만이 아닙니다.

패션 디자인등이 결합된 복합예술산업입니다.

각부문을 결합 총체적인 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됩니다.

소비자 역시 외제 선호사상에서 탈피 국내제품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업계 선배로서 후배 관계자들에게 부탁하실 것이 있다면.

일시적인 일희일비에 휘둘리지 말고 계속 정진할 것을 당부합니다.

어느 한가지 일에 매달리다 보면 항상 결과가 있게 됩니다.

인생을 살만큼 살고서 할말이 있다는 것은 뿌듯합니다.


-내년 소모방협회 40주년을 맞아 40년사의 원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시는지요.

준비가 되는대로 시작을 해야되지 않겠습니까.

건강은 수영을 30년간 해오는데다가 가끔씩 옛날 찬구와 어울려
골프를 즐기고 있어 좋은 편입니다.

[ 대담 = 이기한 산업2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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