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전자 공동초청으로 방한한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박사는 1일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21세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란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토플러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미래사회는 전자인프라를 갖추는 조직만이
생존할 수 있으며 그 열쇠는 ''정보''라고 말하면서 한국도 ''제3의 물결''로
서둘러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플러박사의 강연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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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경제체제가 어떻게 변화해갈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하나있다.

그것은 변화이다.

크나큰 변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란 얘기다.

변화는 물론 이제까지 지속돼 왔다.

지금으로부터 1만년전쯤 중동지역에서부터 농업이 시작됐다.

농업은 이로부터 9천년에 걸쳐 유럽지역으로 전파됐다.

영농사회가 출현하면서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급격히 변화했다.

인류사회는 유목, 수렵채취생활양식에서 정착농경사회로 옮겨갔다.

지금으로부터 2백년전쯤 서유럽지역에서 산업혁명의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은 두번째의 변혁을 몰고 왔다.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옷을 갈아 입었다.

산업사회의 생활양식은 농업사회와 완전히 달랐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에 휩싸였다.

인류는 20세기 중반 또 하나의 변화의 물결을 일으켰다.

변화의 속도는 엄청났다.

예전과는 도저히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생활양식이 전세계를
뒤덮었다.

이같은 변화의 속도는 미국의 몇몇 통계수치에서 엿볼수 있다.

지난 93년미국에서는 컴퓨터 판매대수가 TV 판매대수를 웃돌았다.

컴퓨터소프트웨어의 매출액은 연간 2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미국국방예산을
2배나 웃돌고 있다.

PC는 이미 1억대나 보급돼 있다.

미국인 2.5명당 1대꼴이다.

지난 한해동안만해도 5천만대의 컴퓨터가 팔렸다.

미국인들은 회사나 집안에서뿐만 아니라 자동차 비행기 선박등 모든 곳에서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

80년에 제3물결이란 책에서 이같은 추세를 예측했는데 누구도 믿으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있고 컴퓨터는 가구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가정에는 평균 2백개의 마이크로칩이 있다.

전자레인지 세탁기등 모든 가전제품에 마이크로칩이 들어가 있다.

미국의 첨단업체들은 사람들끼리의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가전제품끼리의
대화를 위한 네트워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뿐만 아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에는 전세계 2천만-3천만명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사회적 심리적 변화가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술변화는 문화변화를 유도하고 문화변화는 또다시 기술변화를 야기하는등
상호영향을 주고있다.

이같은 변화는 가족구조 사상 종교등 우리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통적인 사고구조는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된 것이다.

경제학을 예로들어 보자.

전통적인 경제학 교과서에는 토지 노동 자본이 생산의 3대요소라고 규정
짓고 있다.

그러나 전통경제학 교과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도외시하고 있다.

그것은 지식이다.

지식은 측정하기 어렵고 만질수도 없어 무시되어 온 것이다.

지식은 토지 노동 자본과는 달리 무한한 자원이다.

모든 것을 뒤바꿀수 있는 핵심요소인 것이다.

적절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생산요소를 덜 투입하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식을 대체투입함으로써생산요소 투입량을 줄일수 있다.

이제 낡은 경제학 교과서를 장식하고 있는 단어의 의미는 모두 다시 정의
돼야 한다.

경제학의 개념자체가 바뀌어야할 때가 왔다.

우리가 쓰는 언어도 새로운 조류에 맞춰 변화시켜야 한다.

새로운 조류는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등장할 일들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경제의 흐름을 재발견해야 한다.

변화를 수용하고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딜 때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사업하기를 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이다.

농경사회에서 중요한 자본은 토지였다.

땅은 곧 힘이었다.

토지가 중요한 것은 만질수 있는 실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제2물결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자본은 주식이다.

나는 제너럴모터스등의 주식을 갖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은 한장의 종이조각이다.

그러나 주식은 상징성을 담고 있다.

주식은 회사의 생산라인건물등에서 내가 차지하는 부문을 상징한다.

주식이란 형태의 종이속에 제너럴모터스공장의 실체가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이 주식이 상징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마이크로소프트는 거대한 공장이나 트럭등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머리뿐이다.

주식은 머리속에 있는 지식을 상징하고 있다.

상징의 상징인 셈이다.

현대는 따라서 초상징적 사회라고 정의할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장등 유형의 자산을 갖고 있지 않지만 주식싯가총액이
제너럴모터스보다 많다.

이런 형태의 경제체제하에서는 머릿속에 있는 상징이 커다란 가치를
갖는다.

이미지도 아이디어도 모두 중요한 회사의 자본이다.

완전히 새로운 각도로 경제학을 봐야하듯 회계학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회계학은 낡은 사고틀이다.

아이디어의 가치는 측정하기 어렵다.

아이디어의 가치를 전통적인 회계학 기준에 짜맞추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돈으로 시각을 돌려보자.

농경시대에서는 유한하고 가치있는 물건을 돈으로 사용했다.

아시아에서는 쌀이 돈이었다.

교환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세기중반 윌리엄 포터라는 작가가 "돈은 언젠가 상징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썼다.

이 말은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로부터 얼마뒤 미국독립전쟁이 일어났다.

13개주가 싸움에 뛰어들어 금과 은을 독점하려고 눈에 불을 켰었다.

미국의 혁명의회는 의미있는 조치를 취했다.

종이로 된돈을 찍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지폐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던 것으로여겨진다.

지폐는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

먹을수도 없다.

교환가치도 없다.

지폐가 갖고 있는 가치는 종이위에 쓰여 있는 숫자와 글자이다.

지폐는 인쇄시대의 산물이다.

동전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이제 지폐와 동전은 중요성을 잃고 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신용카드에 있는 마그네틱선이다.

매일 수억 수십억달러가 컴퓨터를 통해 세계 각국의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지폐나 동전이 아니라 전자화폐인 것이다.

전자화폐는 디지털신호로 표현된다.

0과 1이란 숫자를 전송하면 바로 돈으로 환산된다.

디지털 수자가돈을 상징하는 것이다.

돈은 컴퓨터 스크린 위에도 형상없이 표시된다.

혹자는현대의 화폐를 비디오머니라고 정의한다.

돈의 변화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돈은 정보화되고 있고 정보는 또다시 돈을 낳고 있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규칙이 되고 있다.

제3물결 시대의 변화는 정치적 사회적변화도 수반된다.

이 시대의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로 꼽히는 것은 탈대량화라는 단어
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났을때 모든 사회는 공통된 사회를 형성했다.

모든 사회는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란 언어로 특징지워졌다.

교육이나 유흥이란 단어는 물론 학살에 까지 대량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대중의 압력에 굴복하고 다수의 의견을 좆아가기에급급한 사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급속히 변해왔고 이 추세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지오웰이나 올더스 헉슬리가 궁극적으로 인간의 개성이 말살되고 모든
사회생활이 표준화될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대량사회가 분열의 길을 걷고 있다.

제3물결 사회는 탈대량화 사회인 것이다.

사람들은 대량생산이 가장 첨단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배워왔다.

그러나 지금 세계의 첨단공장은 대량생산체제에서 한걸음 벗어나 있다.

똑같은 물건을 무작정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소량 다품종생산에
치중하고 있다.

이는 생산라인전환을 위해 드는 비용이 싸졌기 때문이다.

제2물결 시대의 공장에서는 생산라인을 바꾸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러나 요즘은 버튼 하나만을 누르면 된다.

이제는 대량생산보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싸게 먹히게 됐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경우 11만가지의 각기 다른 상품을 진열,
판매하고 있다.

이는 어떤 제품을 소량생산하는 것과 대량생산하는 것에 드는 비용이
같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눈으로 보고 만질수 있는 상품만이 아니다.

산업화이전에는 미국의 마을마다 커피맛이 달랐다.

커피를 끓이는 방식이 제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화되면서 미국 각지의 커피맛은 똑같아졌다.

미국인들은 그러나 또다시 다양한커피맛을 즐길수 있게 됐다.

미국전역에 6백50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스타박스라는 커피체인점에서는
에스프레소 카페오레등 거의 모든 맛의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화의 전형이다.

금융상품도 마찬가지다.

보험업체들은 고객의 주문에 맞는 보험상품을 만들어주고 기타 금융기관의
융자및 서비스방식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다.

경제활동 전반에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대량사회와 전혀 반대되는 시대, 즉 탈대량화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마케팅활동도 세분화되고 있다.

TV 신문등 언론매체를 통해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전개해왔던 마케팅활동이
개인단위로 집중되고 있는 추세이다.

카탈로그를 통한 우편주문판매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 생산.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과 1대1로 대화할수 있는 미립자 마케팅시대인 것이다.

업체들은 소비자개개인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어 걸프전에서 미국의
미사일이 목표물을 맞추듯 개개인을 설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매체들도 변하고 있다.

케이블TV, 지역방송국들이 특정소비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세분화해
전하고 있다.

무한대의 정보를 가정에 쏟아부으며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 결과 문화가 변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것도 변화하고 있다.

가족구조 역시 바뀌고 있다.

초핵가족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가족형태가 무너지고 있다.

친족관계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모르는 지경이 되고 있다.

정부의 경제관리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예전에는 효율적이었던 정부의 중앙집중식 의사결정및 집행이 이제는
비생산적인 것이 돼가고 있다.

제3물결 시대에서는 똑같은 방식의 경제처방이 효력을 잃고 있으며 회사의
피라미드식, 관료주의식 조직도 그렇다.

노동도 두뇌활동 위주로 바뀌고 있다.

정보가 결국모든 것을 지배할 것이다.

제1물결시대에서 제2물결시대로 넘어가면서 산업화에 주력했던 국가들은
도로 항만등 사회간접시설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제3물결시대에는 이러한 것들이 필요치 않다.

전세계를 하나로 잇는 컴퓨터네트워크가 없이는 회사는 물론 국가도 존립
근거를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전세계가 전지구적 컴퓨터네트워크란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도태되기 십상이다.

예전에는 세계가 농업국가와 산업화된 국가로 양분됐었다.

그러나 제3물결시대에는 정보화가 앞선 국가가 세계를 3분화하고 제1,
제2물결 사회를 도태시킬 것이다.

세계각국은 이미 정보산업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미래경제체제의 핵심이 바로 정보인 것이다.

정보는 그러나 이미 앞서 있는 두 세 나라가 독점하지는 못할 것이다.

모든 나라가 개방체제를 견지,돈이나 상품은 물론 정보도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지식은 이동하는 것이다.

정보독점을 통해 역사를 과거 식민지시대로 되돌릴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은 과연 어떻게 이같은 변화의 물결을 탈 것인가.

개방체제를 유지해 외부세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3물결시대에는 어떤 사람도 어떤 나라도 홀로설수 없다.

제3물결시대로의 전환은 서로돕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아시아국가들은 우선 수십억 인구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태평양연안 국가를 상호 끈끈히 연계하면서 이지역의 정치 군사적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물론 제3물결시대로의 전환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빠른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도 제공해준다.

[ 정리=김용준.김홍열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