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품목 수출 2백억달러 시대.

반도체가 올해 세울 신기록이다.

지난해엔 1백27억달러어치를 실어내 단일품목으로 처음 수출 1백억달러의
테이프를 끊었다.

올해엔 2백억달러를 넘어서는 금자탑을 세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올연말 국내 총수출예상액 1천2백50억달러의 16%에 이르는 수치다.

그야말로 반도체가 수출한국의 견인차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수출 예상액은 약 90억달러.

이 회사의 당초 수출목표는 70억달러였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가 예상과는 달리 지속적인 활황을 유지한데다 가격도
강세를 보여 90억달러는 거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수출예상액은 각각 40억달러선.

엔고에 따른 가격강세로 당초 목표액보다 평균 15%는 웃돌것이란게 업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여기에다 아남산업등 조립업체와 중소업체의 트랜지스터 수출을 합할 경우
2백억달러는 쉽게 뛰어 넘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반도체가 단일품목으로 수출 2백억달러 고지를 점령했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다.

우선 최첨단 산업으로서 최대 수출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지난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천덕꾸러기였다.

가발 신발에 이어 조선 기계등 중화학공업제품이 수출 전선을 달구고
있을 때 뒷전에서 애물단지 노릇만 해야 했다.

하지만 90년대들어서면서 반도체는 전면에 부상했다.

지난 90년 46억달러의 수출을 기록해 수출 비중 7%를 차지하더니 작년에는
1백27억달러로 13%로 높아졌다.

올해는 16%를 웃돌 전망이다.

결국 경공업-중화학공업-첨단산업으로 이어지는 국내 수출산업구조 변화의
선두주자로서 역할을 톡톡이 해내고 있는 것.

반도체 수출 2백억달러는 국내 산업이 세계 첨단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업체의 반도체 파워는 이미 미국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가 없으면 미국 PC(개인용 컴퓨터)도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결국 국내에서 실어낸 반도체가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는 얘기다.

한국산 반도체의 내년도 수출전망은 극히 밝다.

우선 반도체 경기가 "쾌청"의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의 명암을 좌우하는 세계PC시장이 내년에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선보인 윈도95는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휴대폰등 정보통신기기의 보급이 급증세를 나타내 반도체 수출
확대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와 같은 공급부족현상이 계속될 것이란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한마디로 "없어서 못파는" 초호황세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호재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덤핑마진율을 수정, 사실상
삼성 LG 현대등 국내 3사에 대해 덤핑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미국 정부는 지난 93년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고율의 덤핑마진율을 매겼다.

이에 따라 3사는 수출하는 물량에 대해 미국 정부에 예치금을 내야 했다.

이뿐 아니라 수출을 늘리려 해도 덤핑거래를 한다는 오해를 받을 것을
우려, 조심스러운 행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유럽등 다른 지역으로부터도 덤핑국가라는 곱지않은 시선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번에 사실상 무혐의 판정을 받음으로써 보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수출확대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는 삼성등 국내업체의 내년도 사업계획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삼성은 올해말을 기점으로 주력상품을 4메가D램에서 16메가D램으로
전환키로 했다.

월산 6백만개 수준의 16메가D램 생산량을 늘려 연말엔 8백만개, 내년에는
1천만개 생산체제로 가동한다는 것.

대신 4메가D램은 생산량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현대도 마찬가지 전략이다.

4메가D램과 16메가D램은 판매가격이 4배나 차이가 난다.

따라서 16메가D램 증산분만큼 수출액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16메가 D램을 양산해 수출액을 늘려도 반덤핑공세등을 염려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일본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국내업체엔 수출확대의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은 지난 93년 미국과 맺은 반도체 협정에 따라 시장 의무 개방비율을
지키고 있다.

일본내 연간 반도체 총수요의 20%를 무조건 수입해야 하는 것.

이 틈을 타고 삼성전자는 올해 일본 시장을 급속히 파고 들었다.

해외업체로선 2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일본 반도체 시장은 전망이 무척 밝다.

정보통신기기의 급속한 보급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내년에도 "1백억달러 징검다리"를 건널 것이란 섣부른
기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엔 1백억달러, 올해엔 2백억달러의 고지를 넘어선데 이어 내년엔
수출액이 3백억달러에 육박할지 모른다는 "장밋빛 전망"이 달성될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