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속에서도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3.4분기까지의 성장률은 9.8%,4.4분기 성장률이 둔화된다 해도 연간
성장률은 9%를 넘을 것이다.

그러나 고성장하의 경기 양극화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이것이 내년
경제에도 부담이 될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기는 어떻게 될것인가.

연구기관에 따라 시각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문제는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돌아선다 하더라도 급냉이 아닌 연착륙이
가능할 것인가에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비자금파문 이후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가속화돼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7%선)을 밑도는 6%선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과 소비 설비투자 등이 이미 둔화되어 내년까지 경기급하강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0월의 산업활동동향에서는 경기상승세가 둔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생산과 소비증가율둔화, 재고증가율상승, 제조업가동률 하락, 기계류수입액
감소등 각종 지표가 8월이후 연속 3개월째 나빠지고 있다.

산업생산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7월의 14.9%에서 10월에는 9.7%로
떨어졌고, 재고증가율은 7월의 11.5%에서 10월에는 13.3%로 상승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3.4분기의 82.1%에서 10월에는 80.9%로 하락했고
기업이 설비투자를 위해 들여오는 기계류수입액 증가율은 3.4분기의 17.6%
에서 10월에 9.5%로 떨어졌다.

경기 하강국면에서 나타나는 소비심리 위축현상도 눈에 띈다.

10월의 이러한 양상은 11월들어 더욱 분명해질것으로 각 연구기관은 내다
보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은 아직 경기하강 국면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생산과 소비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지만 건축허가 증가율, 건설수주액, 국내
기계수주액등 투자지표들이 상승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1~2개월 더 지켜
보아야 경기향방을 가늠할수 있다는 것이다.

재경원 당국자도 경기 고원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인것 같다.

꽃이 피는걸 보아야 봄이 오는걸 알고 얼음이 얼어야 겨울이 온줄 안다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크다.

경기는 상승과 하강을 거듭한다.

그러니까 경기순환이라고 하는것 아닌가.

호경기의 장기지속이 가능하도록,또 하강국면에서도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현재와 앞으로의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경기는 순환과정을 겪으며 경제는 건전하게 발전할수 있기 때문
이다.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설 때, 또 침체상황을 벗어날 때 중요한 것은
기업의 투자심리다.

겨울이 왔다고 움츠려 있으면 봄이 올때 그 봄을 향유하지 못한다.

봄을 맞을, 봄을 만들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기업의 투자활동은 바로 봄을 만드는 일에 비유될수 있다.

경기의 하강국면 진입이 불가피하다면 기업의 투자심리위축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지 않고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기업을 분발시킬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