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시중 실세금리를 대표하는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지난해 2월중순
이후 21개월만에 가장 낮은 11.91%를 기록했으며 단기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
(CD)도 12.05%를 유지했다.

이밖에 하루짜리 콜금리도 11.0%로 금융기관의 여유있는 자금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는 까닭은 설비투자가 완료되고 경기가
하강세로 접어들어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에 비해 중화학부문을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여 대기업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졌고 따라서 시중 유동성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의 금리안정추세가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수 있을지가 궁금한
일이다.

해답은 자금수급을 결정짓는 요인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우선 연말부터 내년 총선전까지는 시중금리가 하향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하강이라는 기본적인 요인에다 총선결과 정국의 향방이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재정자금 방출이 계속되고 총통화증가율도 13% 안팎에 그치는등 통화관리
에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안정세는 계속될 것이다.

다만 내년에 석유화학 부문의 투자가 자유화되면 정국추이와 석유화학
제품의 수급전망에 따라 상당한 설비투자가 있을수 있다.

또한 내년에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확대되면 외국자본이 얼마나 유입될
지도 변수다.

그러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이 이뤄져 금융및 자본시장개입이
대폭적으로 단행되지 않는한 외자유입은 금리수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금리전망아래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해야 금리의 하향안정기조가
정착될수 있으며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줄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지난 92년 하반기에도 불경기가 심화되면서 시중금리가 큰폭으로 떨어
졌지만 실물경기가 회복되면서 금리는 금세 뛰어올랐다.

중소기업의 자금난도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호황속의 경기양극화로
더욱 부각됐으며 게다가 미분양주택의 누적과 최근의 비자금파문으로
사채이용마저 쉽지 않아 악화일로에 있다.

문제해결의 핵심은 자금수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에 외화자금
조달폭을 확대해주고 채권발행및 기업공개등 직접금융을 활성화해 값싸게
자금을 조달할수 있게 하는 것이다.

대신 재무구조에 따라 지급이자의 손비인정 한도를 차등화함으로써 자금의
가수요를 억제하고 하청-납품 업체에 대한 대금지급을 현금으로 결제토록
유도해야 한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금리가 하향안정되고 중소기업 사정도
나아질수 있다.

어음결제기간을 90일로 하는 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마당에 현금결제는
요원한 얘기지만 어음결제 관행을 개선하지 않고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수 없다.

동시에 국내외에서 자유롭게 자금조달을 하게 하되 재무구조개선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