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정부관리들은 외국인 방문객으로부터 "동유럽"이란 말이 나오면
정색을 하며 용어수정을 요구한다.

경도를 기준으로 보면 수도 프라하가 남쪽의 빈이나 북쪽의 헬싱키 보다
훨씬 서쪽에 있는데 왜 동유럽에 속하느냐는 것이다.

이런식의 항변은 헝가리나 폴란드에서도 역시 어김없이 나온다.

체코와 헝가리 폴란드 3국의 국민들은 지난 40여년간의 공산통치시절을
기억에서 떠올리기 싫어한다.

반대로 이웃 서유럽국이나 미국 등 선진자본주의국가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선망한다.

체코 헝가리 폴란드등 중유럽3국은 과거 공산국가중 가장 먼저, 또 가장
빨리 사회주의경제체제를 시장경제체제로 바꿔 나가는 국가들이다.

때문에 시장경제이행과정의 굴절과 아픔을 경험하는데서도 가장
앞섰다.

공산권경제상호원조회의(COMECON)가 지난 91년 6월 완전히 해체되면서
이들 3국은 하루 아침에 대부분의 수출시장을 잃었다.

COMECON체제를 전제로 짜여져 있었던 산업구조는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산업생산은 급격히 위축되고 물자부족으로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이같은 위기상황은 외국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시장경제를 만들어
나간지 3년여 지난 시점부터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

유럽개발은행(EBRD)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연례보고서에서 중유럽
3국의 실질총생산이 지난 89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5년간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거둬 89년의 국내총생산을 100으로
할 경우 폴란드는 올해 97%수준으로 회복하고 헝가리와 체코는 각각 86%,
85%선의 회복세를 나타냈다는게 유럽개발은행의 분석이다.

경제회복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는 폴란드.스페인 만한 국토(32만)에다
인구 3천8백만여명의 폴란드는 시장경제이행 초기인 지난 9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났다.

92년 1%의 GDP상장률이 93년에는 3.8%, 94년 4.7%, 올해에는 6.5%선의
성장을 달성할 전망이다.

흐루시치스키 폴란드 중앙기획청 경제예측국장은 "지난해 전체 GDP의
60%정도를 민간영역에서 달성한 것과 수출증가율이 20%에 달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동시에 성장의 내용이 건실했다는 얘기다.

공산당 출신인 크바스니에프스키의 대통령당선을 개혁후퇴의 신호로 보는
시각에 대해 야브윈스카 폴란드투자유치청 지역협력부국장은 "폴란드에는
현재 공산주의 세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반공캠페인은 수시로 벌어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크바스니에프스키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힌 것은 그가
바웬사 보다 더 개혁성향의 인물이기 때문"이라며 한마디로 외부의 우려를
비웃었다.

성장속도는 폴란드 보다 느리지만 사실 선진국대열에 가장 먼저 올라설
중유럽국가는 체코다.

94년 체코의 1인당 GDP는 3천5백80달러로 집계됐다.

그런데 유럽개발은행이 구매력기준으로 체코의 1인당 GDP를 추산해 본
결과 지난 92년에 이미 8천달러선을 넘어 선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사는 모습을 봐선 선진국과 뒤질게 없다는 평가다.

체코는 2차세계대전 이전에 세계 7대공업국중 하나로 꼽혔었다.

정밀기계와 요업 등 일부공업분야에서는 여전히 그 명성이 남아있다.

구유고연방의 내전이 한창일 때 미국의 국방부소속 기술조사단이
극비리에 체코를 방문한 적이 있다.

미국 첨단기술의 상징인 스텔스기를 잡을 수 있는 레이더인 "타마라"를
체코가 보스니아에 수출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밖에 원자로를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고 2차세계 대전때 항공기
제조경험이 있다는 사실로도 체코의 놀라운 기술수준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가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연20%이상의 물가고에
시달리는데 비해 체코는 전혀 다르다.

10월말 현재 실업률은 2.8%로 거의 완전고용상태다.

임금억제를 통해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0%선으로 억제한데이어
올해에는 9%선으로 시장경제도입국중 처음으로 한자리수 물가를 실현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인프라환경 산업정책 시장개방폭 등을 기준으로
체코를 살펴볼 때 가입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평가해 최근 세계
26번째로, 구공산국가중에서는 처음으로 가입승인했다.

헝가리는 지난 89년부터 94년까지 5년간의 중.동유럽지역에 대한
전체 외국인투자의 50%(약1백80억달러)가 몰렸던 지역이다.

시장경제도입의 선두주자였기 때문이었다.

헝가리는 서방기업들에 자국시장을 열어준 것 보다 구COMECON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게 통로를 열어준 것을 더 생색낸다.

헝가리는 특히 "제도만은 첨단을 달린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외국기업들에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주는 국가다.

헝가리 상공부의 갈리 라슬로 아시아지역담당부국장은 "한국기업들도
헝가리를 디딤돌로 삼아 서서히 북동쪽으로 진출했다"며서 "외국기업들이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헝가리는 경제는 그러나 너무 급하게 달아오르는 바람에 재정과
무역부문의 쌍둥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인플레와 실업률도
체제위기를 불러일으킬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빠졌었다.

멕시코 페소화폭락사태를 계승할 곳이 헝가리라는 지적이 나오기도했었다.

휘청거리던 헝가리경제는 지난 3월 정부의 긴축의지를 담은 경제개혁
조치가 나오면서부터 회생기미를 보였다.

94년말 현재 GDP의 9.5%에 이르던 재정적자가 과감한 공공복지지출
축소에 힘입어 7%대로 줄어들었고 내년에는 4%선까지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헝가리정부는 장담한다.

올들어 9월말 현재까지 수입은 10% 증가에 그친데 비해 수출은 19%나
늘어 무역수지도 점차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

개혁조치의 부작용으로 지난7월에 31.2%(연율기준)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도 9월에는 28.8%로 진정되는 추세다.

중유럽의 신흥공업3국 폴란드 체코 헝가리는 19세기초부터 1차세계대전
직전까지 합스부르크왕가의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아래서 같은 국가를
형성하며 유럽의 중심으로 부상한 때가 있었다.

그리고 1, 2차 세계대전에서 동서냉전으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아픈
궤적들은 이들 중유럽 3국을 한번도 비켜간 적이 없다.

이들 3국은 완전한 자본주의화만이 과거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는
길로 생각하고 있다.

아시아대륙의 동방끝 한국도 새로운 중유럽을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지역 기업들에 대한 중유럽 3국의 투자유치논법은 한결같다.

흐루시치스키국장은 "폴란드의 국가문양인 독수리에 빗대어 폴란드
국민들은 스스로 현재 국가상황을 서유럽으로 막 비상한 독수리에 비유한다.

세계경제의 동세서점이 큰 조류라면 우리는 그 조류를 이끌어내는데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