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비상식적인 노씨 축재파문에 온통 휩쓸린 사회가 설상가상 5.18특별법
입법이란 초특급 태풍을 만나 자칫하면 방향을 잃고 표류할지 모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때 소중한 것은 현명한 조타와 승선인원의 자각있는 협력이다.

지금 이 사회가 정국의 안정속에 차분히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지 않고
백가쟁명의 수라장을 연출할 경우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은 위험성을
배제키 어렵다.

"정직"을 상표로 당선된 한 전직 대통령의 너무 무모한 축재사실이
한꺼풀씩 벗겨지면서 국민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자조(자조)를 부를 정도로
깊어왔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의 돌연한 5.18 특별법제정 지시는 불과 며칠사이에
오히려 비자금사건보다 더큰 파장으로 사태전개에 여러 변수를 제공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역사의 심판에 맡길수 밖에 없다고 했을만큼 12.12이후 쿠데타
와 대량유혈, 그 위에 15년간 케케로 쌓인 사실의 누적과 기성화는 실로
엄청난 두께다.

우리가 딛고 서있는 사회 현실의 어느 한 부분도 그 사건과 조건적 인과
관계를 부인할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국민 대부분이 12.12 이후 5공 6공으로 이어진 역사의 전개에
주저없이, 꺼림칙하지 않게 정당성을 부여하기란 힘든 것이 그간의 현실
이었다.

직접 수혜자 빼고 전.노 양씨를 전직 대통령으로 진심 존경하는 사람이
주변에 없음은 이심전심이고 그에 대한 법감정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돌연한 지시를 대하자 심경변화의 경위, 특별입법의
합헌성 여부등 문제점을 직감했음에도 누군가 해야할 일을 스스로 맡은
결단을 원칙으로 찬성함이 여론의 주류다.

그러나"특별법 제정지시"라는 발표 내용서부터 신군부집권에 대해 전개되는
단죄절차는 법률적-사실적 파급효과가 모두 막중한 것이다.

이를 일방논리에 쫓겨 빈틈을 가지고 서두르다 차후 또다른 위헌론 제기의
씨를 심지 않으려면 효율적인 실행원칙이 긴요하다.

첫째 차후 위헌제소의 개연성이 있는 방법은 절대 피해 누구나 납득할
합헌-합법 절차를 최대 존중하는 일이다.

특히 벌률불소급 원칙은 헌법 못지 않는 현대 법정신의 기둥이니 적당히
호도한들 누가 뭐라랴는 태도는 현명치 않다.

단 그 핵심은 행위시 법률에 죄가 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는 것이므로
5.18 주도자들의 유.무죄 판단에 현행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족하다.

따라서 기소와 공소유지상 필요 범위내에서의 입법은 소급입법 비난대상은
아니다.

무모한 자극으로 불쾌하더라도 현재가 대의를 파악,공소시효 미완평결을
내린다면 큰 문제는 더욱 없다.

둘째 소추대상의 공간적 선별이다.

마음 내키는대로라면 유죄 필벌이나 워낙 긴 동안 질서형성의 기초가
됐으므로 경중 가리지 않으면 수천 수만으로도 모자란다.

그리되면 사회 대혼란은 필지다.

셋째 소추절차의 시간적 단축이다.

중대한 일이니 신중을 기하려면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경제-사회에 미칠
파장의 크기를 어림할때 교각살우는 경계해야 한다.

가벌보다는 정사를 역사위에 가려 재발을 경계함에 의의를 살려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