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흔히 "사회의 거울"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정치 경제 사회적인 모든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뿐만아니라 심지어는
패션유행이나 날씨변화의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이라는 사회의 거울은 우리가 집에서 흔히 볼수있는 평면
거울이 아니라 어린이 놀이시설같은 곳에 설치해 놓은 곡면거울이 아닌가
싶다.

거울앞에 서는 즉시 같은 모습의 반사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선 사람의
위치나 방향에따라 반사상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라는 거울은 실물보다 훨씬 작거나 크게 혹은 훌쭉하거나 뚱뚱한
반사상을 만들기도하는 것은 물론 어떤때는 한참 시간이 지난후에야 반사
현상을 일으키는 경우까지 있다.

사람들이 갈피를 잡을 수없게 만드는 이같은 증시라는 거울의 특성때문에
주식시장에는 항상 온갖 얘기가 많이 나돌기 마련이고 때로는 "루머의
집산지"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기도 한다.

최근 한달이상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또 주가급락의 주요요인으로 지목
되기도한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도 초기에는 주가에 큰 충격을 주지
않았었다.

그러나 파문이 생각보다 장기화되고 또 단순한 개인적인 비리나 정치권의
싸움이 아닌 경제사건으로 확대되면서 증시에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내노라하는 대기업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또 이들의
비자금 제공사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관련기업이나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력이 점차 강하게 부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증권시장은 정보에 가장 민감하면서도 어떤 계기가 돌출되기 전에는
별일이 아닌 것처럼 앞으로 전개될 파장을 애써 외면하거나 또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10여일전 증시에서는 미국의 메릴린치증권사에서 만든 간단한 보고서가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도체 제조업체의 영업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 리포트는 반도체
관련기업 주가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반도체 경기를 회의적으로본 이같은 리포트가 처음 나온
것은 결코 아니다.

메릴린치보고서 자체가 직접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기 보다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요인 즉 거울속에 잠상상태로 숨어있던 악재성재료를 일깨워
주는 역할을 했다고 볼수 있다.

꼭같은 재료라고 할지라도 그때그때의 주위여건에 따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증권시장이기 때문에 그만큼 주식투자는
어렵고 또 나름대로의 묘미도 있다.

어쨌던 요즘 증시라는 거울앞에서는 두사람의 거인이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왔던 비자금이라는 이름의 거인은 "내 얼굴이 이렇게 못 생겼나"하는
생각때문에 선뜻 거울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또 새로 등장한 5.18특별법이라는 거인은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거울앞으로 다가서고 있다.

거울속에 비칠 이들 거인의 모습을 훔쳐보기 위해 옆에서 곁눈질을 하고
있는 투자자들역시 과연 어떤 모습의 상이 맺칠까 궁금해 숨을 죽이고 있다.

5.18특별법 제정이 증권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어느정도나 될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증권분석가들도 아직 뚜렷한 얘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큰 악재가될 가능성은 희박하며 "단기 악재, 중장기
호재"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기는 하다.

5.18특별법 제정문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번일은 정치문제인만큼
초기에는 불안감을 줄수도 있겠지만 경제나 주식시장에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할 이유는 없다고 얘기한다.

또 처음에는 다소의 마찰이 빚어질 수도 있으나 이를 계기로 슬픈 과거를
청산하고 국민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게될 경우 주식시장은 물론 정치 사회적
인 모든 면에서 한단계의 새로운 도약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정국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직까지 불투명한 것도
현실이다.

5.18사태의 단죄가 아픈 과거를 정리하는 순수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기 위한 여야간의 정치적인 대결로 치닫게될 경우
에는 파장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증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파장이 장기화되면 기업경영에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경기연착륙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경제불안양상으로 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야는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지 않는 진솔된
마음으로 문제해결에 앞장서 5.18특별법이라는 새로운 재료가 증시라는
거울에 하루빨리 맑고 투명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있도록 해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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