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소르망 약력/저서 ]]]

<>국립행정학교(ENA)/파리 정치대학원 졸업

<>미국 스탠퍼드대/파리 정치대학원에서 경제학 강의

<>프랑스 총리실 경제자문관(현재)

<>주요저서 : ''자본주의 종말과 새세기'' ''사회주의 종말의 여로''
''신국부론'' ''최소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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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으로 현재 프랑스 총리실 경제자문관으로 일하고 있는
기 소르망(51)씨가 23일 서울에서 열린 제1회 한불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본사가 번역.출판한 저서 "자본주의 종말과 새 세기"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소르망씨를 22일 저녁 프랑스대사관에서 만나 한국경제의 당면과제와
체제전환경제의 현황 및 전망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소르망씨는 대담에서 "한국경제가 재도약하려면 뇌물과 부패와 독과점으로
얼룩진 경쟁제한적 사업관행을 청산하고 규제완화와 시장개방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진정으로 국제화에 성공하려면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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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형수 < 국제1부장 > ]]]


-요즘 한국은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문제로 매우 시끄럽다.

정치.경제학자로서, 프랑스 총리실 경제자문관으로서 이 스캔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소르망=이는 단순히 노태우 전대통령에 국한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
한다.

한국기업들의 사업관행이나 "한국형 개발모델"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이번
스캔들로 인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국 기업인들은 경쟁에 익숙하지 않다.

이들은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항상 시장독점 방안만 모색해 왔다.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뇌물이 제공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한국형 개발모델"의
문제점이다.

이 개발모델은 더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한국 기업들이 좀더 경쟁력이 강한 제품을 생산토록 하기 위해서는 경쟁
체제가 바람직하다.

한국경제를 재도약시키려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국내경쟁을 유발하고 시장개방을 통해 국제경쟁을
부추겨야 한다.

기업인들의 의식과 기업문화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한국 기업인들은 독과점이 가장 이롭고 뇌물을 사용해서라도 독점적 지위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독점을 추구하는 기업인들이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관점에서만 생각해도 독점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가격은 떨어지고 수출경쟁력이 강해진다.

관행화된 뇌물과 부패는 한국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에 대한 견해도 듣고 싶다.

<>.소르망=한국의 경제체제는 대기업에게는 효율적이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 산업계를 보면 이노베이션(기술혁신)은 작은 기업에서
이뤄진다.

한국의 경제체제는 뇌물과 부패와 독과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이노베이션을 주도해야할 중소기업들이 설땅을
잃게 된다.

지금까지는 재벌이 한국경제를 주도해 왔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보다 많은 중소기업과 젊은 기업인들이 기술혁신에 앞장서고 첨단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요즘 국제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장개방.국제화.해외시장 개척 등과 관련해 한국이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르망=한국의 문화적 이미지가 대외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한국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소비자가 외국상품을 구매할 때는 단순히 상품만을 사는 것이 아니다.

상품과 함께 이를 만든 나라의 문화와 꿈을 사는 것이다.

한국이 국제시장에서 일본에 뒤지고 있는 것은 그저 품질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는 약하다.

국제경쟁에서 "문화적 우세(culture edge)"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오랜 역사와 독창적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문화가 해외에 널리 알려지면 수출이 보다 쉬워질 것이다.

한국은 문화적 이미지를 해외에 알리는데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국제시장에서 문화는 중요한 자산이다.


-지난 19일 폴란드에서 실시된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레흐 바웬사 대통령이
공산당 간부 출신의 알렉산더 크바스니예프스키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를 계기로 동유럽에서 공산주의가 부활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소르망=폴란드에서 소련군이 철수한 날 진정한 의미의 공산당은
사라졌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크바스니예프스키와 그의 추종자들이 어떤 인물인지
이념적인 시각에서 규명하려 해서는 안된다.

이들은 한마디로 기업가정신에 충만한 신세대이다.

이들은 국영기업 민영화를 지지하고 시장경제체제를 옹호하며 폴란드가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길 희망한다.

폴란드에 소련군이 상주하던 시절엔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
하려면 공산당에 가입하는 도리밖에 없었다.

따라서 시장경제 옹호자인 크바스니예프스키의 승리를 공산주의 복귀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장경제체제의 승리이며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보아야 한다.

사실 바웬사와 같은 보수주의자들은 시장경제체제에 그다지 경사되지 않은
편이었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국가들은 서유럽 경제권에 흡수되길 바라고 있다.

이들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동유럽경제권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으로 보는가.

<>.소르망=동유럽.중유럽에서 자유시장경제는 이미 뿌리를 내리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제에서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작아졌다.

많은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한데다 민간기업 신설이 매우 활발했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는 서유럽에 뒤지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을 둘러보면 곳곳에 많은 가게와 공장이 들어선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이 시장경제 전환에 성공하려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날 소련(소련군)을 위해 존재했던 산업을 재편하는 것이 첫째 과제
이다.

다른 과제는 농업을 살리는 것이다.

슬로바키아나 폴란드에서는 농업 종사자들의 비중이 매우 크다.

살아남으려면 서유럽시장을 공략해야만 한다.

EU 가입이 동유럽.중유럽국가들의 체제전환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이 충만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장래는 매우 낙관적이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이듬해(90년) 헬무트 콜 독일총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콜총리는 나에게 "10년후 다시 독일에 오면 동.서독의 차이를 분간할
수 없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독일에 가보니 이미 차이를 분간할수 없게 됐다.

체제전환 변화속도가 믿을수 없을만큼 빠르다는 얘기다.


-러시아는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뒤 한때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다행히 올들어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루블화 환율도 안정국면에 진입했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은 작아졌다.

그러나 체제전환이후 빈부격차는 심해졌다.

<>.소르망=러시아인들은 지금 매우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러시아 역사를 돌아보면 국민의 일상생활이 지금처럼 평온한 적은 많지
않다.

지하경제가 50%에 육박하다 보니 경제사정이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국민들의 생활여건은 나아지고 있는 편이다.

러시아는 예로부터 가난했다.

군부와 경찰은 강했을 때도 국민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체제전환이후 국가는 가난해지고 군인이나 공무원들의 형편은 나빠졌다.

그러나 세금부담이 작아져 국민들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은 나아졌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러시아 군부는 정권을 탈취하지 않았다.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러시아인들은 정치에 대해 매우 냉담하다.


-러시아경제는 시장경제 도입이후 나아졌다고 보는가.

또 러시아의 급격한 시장경제 전환이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소르망=러시아에서는 예로부터 상반된 문화가 공존했다.

일부 지역은 동양적인 반면 다른 지역은 서양적이고, 일부 지역은 개발돼
있는 반면 많은 지역이 미개발된 상태로 남아 있다.

러시아혁명 이전에도 근대화된 서구문화와 전통적인 러시아문화가 공존
했으며 지금도 상반된 문화가 대립하고 있다.

러시아를 좋게 보는 이들은 "러시아가 서유럽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러시아는 매우 전통적인 국가이며 예로
부터 기업가정신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두 견해 모두 일리가 있다.

러시아가 후퇴하고 있는 징후도 찾을 수 있고 발전하고 있는 징후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 두가지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다.


-중국경제는 최근 수년간 급속히 성장했다.

중국의 "사회주의시장경제" 전환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생각
하는가.

<>.소르망=사람들은 중국경제가 대단히 성공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숫자는 정확하지 않다.

에너지소비량 등을 감안해 산출해 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4-5%에 불과
하다.

상해 광주 천진 등 해안개방도시지역에서는 성장률이 10-12%에 달하지만
농촌지역에서는 성장률이 매우 낮다.

시장개방이후에도 중국 농촌은 달라지지 않았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있는 계층은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변화를 느끼지 못한채 매우 가난하게 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 교육분야에 적극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이나 대만 일본과는 달리 중국인들은 자녀교육에 인색하다.

수백만명의 어린이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한다.

이처럼 미래를 위해 투자하지 않고 있으니 미래가 밝다고 말하기 어렵다.

일부 지역이 외국기업들의 투자에 힘입어 발전하고 있지만 국내산업은
하청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역간 격차, 특히 남북간 개발격차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최고실력자 등소평 사후에 이 문제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보는가.

<>.소르망=간단히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확실히 남쪽지방에서는 북경의 중앙정부에 세금을 납부하길 꺼리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농촌지역에서 작은 규모의 반란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과도한 세금을 부과한 공산당원이 학살되기도 했다.

이런 유형의 사건들은 먼 장래에 중국의 남부와 북부가 분리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북부는 전체주의적 공산체제로 남는 반면 남부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과
더불어 일종의 연합체(confederation)를 형성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중국 역사를 보면 대부분의 반란은 농민층에서 일어났다.

지금으로서는 중국경제의 성장세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정리=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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