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3.4분기 국내총생산(GDP)동향은 우선 예상보다
높은 고성장을 기록한게 주목되는 내용이다.

이 기간중의 실질성장률 9.9%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과
같은 관변연구기관들조차 예상못했던 수치다.

이들 기관은 최근까지도 9.5%성장을 예측했었다.

3.4분기 성장률이 의외로 높게 나타남에 따라 95년 한해의 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공산이 커졌다.

한은은 얼마전 9.3%를 제시함으로써 KDI(9.1%)와 KIET(9.2%)보다 이미
소폭 높인바 있는데 그것도 실제보다 낮은 수치로 드러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2.4분기의 9.7%를 제외하고는 모두 9.9%의 고성장이었으며 4.4분기 성장률
도 예상(7.9%)보다 높은 수준이 될 것같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성장의 내용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경기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중화학공업과 경공업간의 성장률 격차가 엄청나다.

20%포인트를 넘는다.

그 격차는 1.4분기와 2.4분기중 각각 13.6% 포인트와 13.9% 포인트였다.

제조업에서 중화학공업과 경공업간의 극심한 성장격차는 곧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경기양극화를 의미한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개선은 커녕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의 경우도 두자리의 높은 성장을 하고는 있지만 대형 국책.공공
건설사업은 활발한 반면 중소 건축업체들은 미분양아파트및 주택적체로
곤경에 빠져있다.

예상을 넘는 고성장과 갈수록 심화되는 경기양극화, 이 두가지는 내년
경제에 큰 부담이다.

이미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진입한 경기가 비자금악재까지 겹쳐 내년에
더욱 가파르게 후퇴할 위험이 있다.

7%를 넘는 성장률이라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3%포인트 가까운 후퇴는
고성장에 체질화된 우리경제에 불황과 다름없는 고통이 될 수 있다.

경기의 연착륙기대에 대한 회의가 최근 부쩍 높아가고 있는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물가도 불안해질 조짐이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비자금파문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영향을 끼쳐 자금난과 판매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은행돈은 고사하고 사채쓰기도 더욱 어려워졌고 물건이 안팔린다고 아우성
이다.

한은을 포함한 관변 연구기관들은 내년의 물가와 경상수지를 대체로 낙관
하는 경향이다.

소비자물가를 5% 미만으로 계속 안정시키고 경상수지적자는 금년보다
상당폭 축소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물가는 공공요금과 각종 서비스요금을 중심으로 생활물가 체감물가
가 크게 오르고 수출이 둔화되는 가운데 소비재수입이 늘어나 국제수지를
압박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에 어려움을 가중할 전망이다.

정책당국은 안정에 특히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으로 중소기업을
양극화의 늪에서 건져낼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겠다.

구조조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