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가 국가경쟁력의 목을 죄고 있다.

물류비증가에 따른 코스트 상승으로 기업들은 이미 질식상태에 빠져있다.

성한 몸으로 싸워도 이길까말까한 국제경쟁에서 우리기업들은 이처럼
물류비증가라는 내부의 적에 발목이 잡혀 허덕이고 있다.

연간 물류비용은 지난해 기준 GNP 287조2,000억원 대비 15%, 제조업
총매출액 255조4,000억원 대비 17%에 달하고 있다.

액수로는 43조원의 물류비가 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수년간 물류비증가율이 연간 17.7%에 달하리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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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물류시설 운영 제도 측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20~30년 뒤떨어진
물류후진국이라는 게 정부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런 물류체계로는 WTO출범에 따른 국제화 개방화 세계화라는 국가적 목표
를 달성할 수 없을뿐아니라 선진국진입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매년 이같은 물류비용을 지불하고도 국제경쟁에서 현위치를 지켜
나가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물류개선을 위한 투자부족, 물류시설운영의 비효율성, 복잡한 물류행정
규제, 경제주체들의 전반적인 인식부족 등이 주범이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이 노력하면 연간 도로에 뿌려지는 손실액 6조2,000억원
중 상당액수를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행히 최근들어서는 정부와 학계 재계 등이 합심해 물류비절감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는 물류개선을 위한 SOC확충등 하드웨어측면에서 공격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고 소프트웨어측면에서는 관련지원법제정과 물류종합정보통신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에서도 서둘러 물류관련부서를 신설하는 등 물류비절감에 발벗고
나섰다.

학계는 학계대로 물류에 관한 연구와 세미나 저술활동을 펼쳐 물류비절감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이같은 인식은 뒤늦게나마 물류비절감이 "기업이윤의 보고" "제3의 이윤원"
"경제의 암흑대륙"이라는 좌표설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의 총물동량은 경제규모의 확대에 따라 지난 83년 6억2,427만t에
불과했으나 93년 21억1,775만t으로 증가, 10년사이 3.4배가 많아졌다.

또 10년후인 2003년에는 46억1,840만t으로 2.2배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
이다.

국내 화물은 83년 5억581만여t에서 93년 17억9,992만여t으로 3.6배 늘었고
2003년엔 40억여t으로 2.2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 화물은 83년 1억1,845만여t에서 93년 3억1,782만여t을 거쳐 2003년엔
6억1,800만여t으로 늘어나리라는 예상이다.

이처럼 총물동량의 폭발적 증가가 불을 보듯 뻔하지만 물류선진화의 핵심
부문인 수송 보관 물류표준화 물류정보화 물류기술 물류산업의 현주소는
형편없다.

<> 수송비 =먼저 물류의 1차원인 수송비가 물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물류비의 72%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수송비를 줄이는 것이 물류비를 절감하는 관건이 되고 있다.

도로의 경우 상습적인 체증구간의 증가로 물류가 곳곳에서 막히고 있다.

도로혼잡구간은 86년 262km 에서 93년 2,036km 로 폭증했다.

도로체증에 따른 혼잡비용만도 지난 93년기준으로 8조6,000억원에 달했다.

철도의 경우에는 상태가 더 심각해 주요 노선이 용량한계에 도달, 열차
추가투입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수출입물량의 거의 100%가 오가고 있는 항만은 만성적인 적체와 체화현상
으로 연간 4,700억원의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다.

공항도 계류장내에까지 화물을 야적할 정도이다.

한마디로 물류기반시설이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터미널.창고 =여기에다 화물터미널은 전국의 50여개가 화물로 산적해
있으나 모두 일반화물터미널로 철도와의 연계성이 없고 환적기능이 부족,
단순한 알선대기소와 주차장역할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물을 보관하는 창고는 대부분 영세한데다 총 1,376개의 창고중 83%가
정부양곡창고여서 물건들이 햇빛과 비에 노출돼 있다.

<> 물류표준화.정보화 =물류표준화는 기계화 자동화 및 일관수송을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도 표준화의 하나인 수송용 표준팔렛의 사용률이 10%에
불과하다.

수송 보관 포장 하역등의 표준화가 이뤄지면 연간 1조2,500억원의 물류비
절감이 예상된다는게 연구기관들의 계산이다.

물류정보화는 가장 긴요한 정책이다.

필요한 물류정보를 빠르고 쉽게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물류
정보네트워크의 구축이 시급하지만 정부의 물류정보화작업은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 기타 =물류기술에서도 첨단물류시설 장비에 대한 국내기술의 취약으로
수송생산성이 현저히 저하돼 있다.

고속화차 제작 운영기술과 초대형수송장비 저온냉동보관기술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류산업분야는 도심화물차 통행제한 등 교통정책이 그동안 여객위주로
돼와 물류애로를 더욱 발생시키고 있다.

특히 물류관련법규가 복잡하다.

물류관련규정이 6개부처 10개법률에 널려 있어 통일화작업이 시급하다.

또 물류관련업종이 다양해 경쟁력있는 전문 물류업체육성이 곤란한 상태
이다.

기업측면에서는 그동안 물류과정을 종합적으로 진단 설계 관리하는 전문가
를 키우지 않아 뒤늦게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SOC를 가능한한 빨리 확충, 하드웨어를 보강하는 한편
<>종합물류정보망구축 <>물류표준화추진 <>물류우수기업에 대한 세제
금융상의 지원 <>지역거점별 물류.유통단지조성 <>물류관련 제도.법령의
정비 등 소프트웨어마련에 정책적 우선을 둬야 한다.

이와함께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만을 기다리지 말고 기업내의 표준화는
물론 재계전체의 물류표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 고기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3일자).